제주도가 30여년만에 도립예술단 조직 전반을 정비하면서 정작 핵심을 비켜갔다는 지적이다. 지휘자 임기 제한이나 관리주체가 제각각인 조직체계 등 당초 과업지시서와 용역 연구진 제안에 포함됐던 문제들이 제주도의 최종 ‘시행계획’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최근 제주도는 ‘제주도립예술단 활성화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제주도는 앞서 연구 용역에 착수하면서, 그동안 각기 다른 시기에 창단된 5개 예술단이 특별도 출범 후에도 분산 운영되고, 공연 관람객이 적은 등 여러 만성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조직체계 정비, 역량강화 방안 등을 찾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주도가 내놓은 결과물은 기대를 비켜갔다.
우선 조직체계 개편 대신 통합 실무협의회 발족이라는 손쉬운 길을 택했다. 제주도립예술단은 5개 단으로 구성돼 있다. 도 산하 사업소인 문화예술진흥원이 운영하는 제주도립무용단과, 제주시가 운영하는 제주교향악단·제주합창단, 서귀포시가 관리하는 서귀포합창단·서귀포관악단이다.
특별도 출범 이전 개별 행정기관이 운영을 맡았던 것이, 2006년 특별도 체제 전환 이후에도 관리기관 조정이나 통폐합없이 이 시기를 지나갔다. 때문에 하나의 광역지자체에 여러 예술단이 중복 존재하는 기형적 구조가 됐고, 단원들 간 급여와 수당이 차등 지급되는 불만이 고조돼왔다.
용역진은 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양 행정시 예술단을 기존대로 존속시키면서 5개 예술단을 필요시에 컨트롤할 수 있는 ‘도립예술단실무협의회’ 설치를 결정했다.
제주도는 “통폐합시 인력을 줄여야 해 내부에서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들이 있었고, 용역진도 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조직체계 정비가 이번 용역의 핵심 사안 중 하나이고, 용역 의뢰 주체가 제주도임을 고려하면 소극적인 개편에 머물렀다는 아쉬움이 제기된다.
지휘자 위촉 횟수 제한도 이번 개편에서 빠졌다. 지휘자 연임 제한은 지역마다 운용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통상 지휘자가 자신의 역량을 드러낼 기간을 무한정 주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그러나 제주도는 ‘2년후 재위촉하고 재위촉 횟수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 현행 유지를 택했다. 연구진은 6년까지 연임을 제안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는 공모를 해도 오려는 사람이 적고, 연임 제한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 좀 더 시기를 두고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족한 운영비 부분에 대한 개선안도 눈에 띄지 않는다.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도립예술단의 지난해 총 예산은 136억원이다. 이중 인건비가 125억원이고, 운영비는 3억8000만원이다. 인건비 대비 운영비 비율은 3%다. 타 시도의 2018년 인건비 대비 운영비 비율이 광주광역시립예술단 26%, 강원도립예술단 20%, 대구시립예술단 15% 등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운영비는 실제 공연에 필요한 예산들로 공연의 질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예술단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운영비를 일정 기준이상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 용역에서도 같은 문제가 지적됐지만, 특별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정원 조정도 단별 사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 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는 5개 예술단 정원을 305명에서 302명으로 변경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제주교향악단이 3관 편성으로 확대하기 위해 증원을 요청해 온 부분과, 도립무용단이 정원(77명)에 비해 현원(42명)이 턱없이 적은 부분은 이번 정원 조정에 반영되지 않았다.
예술단 내외부에서는 “제주도가 5개 단의 직급·보수체계를 단일화한 부분은 의미가 있지만, 관람객 저조나 조직체계, 지휘자 임기 등 만성적인 부분에는 기대만큼 해소책이 나오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