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 경선 초반전, ‘진보’와 ‘젊은 바람’ 대결…샌더스, 뉴햄프셔 1위

입력 2020-02-12 17:26
‘진보’ 상징 샌더스, 뉴햄프셔 경선서 첫 승
‘젊은 바람’ 부티지지, 2위 기록…샌더스와 1승 1패
‘대세론’ 바이든 몰락…기사회생 힘들다는 관측도
‘중도 표심’ 각축전…3월 3일 ‘슈퍼 화요일’서 경선 윤곽
트럼프, 공화당 뉴햄프셔 경선서 낙승
‘모든 미국 성인에 월 1000달러’ 공약 앤드루 양, 후보 사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11일(현지시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가 끝난 이후 뉴햄프셔주의 맨체스터에서 연설을 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뉴시스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11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민주당의 두 번째 대선 후보 경선이었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25.9%의 득표율로 첫 승리를 기록했다.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은 24.4%의 득표율로 2위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1위인 샌더스 상원의원과의 격차는 1.5%에 불과했다. 민주당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개표는 12일 새벽 3시 현재 97%를 기록했다.

지난 3일 민주당 경선의 개막전이었던 아이오와 코커스에선 부티지티 전 시장이 26.2%의 득표율을 얻으며 26.1%의 샌더스 상원의원을 0.1% 포인트 차로 눌렀다.

샌더스와 부티지지는 민주당 경선에서 1승 1패를 나눠 가진 셈이다. 민주당 경선의 초반전이 진보를 상징하는 샌더스와 38세의 ‘젊은 바람’ 부티지지 간의 ‘신(新) 양강’ 구도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11일(현지시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뉴햄프셔주의 나슈아에서 오른 손을 가슴에 댄 채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한 때 ‘대세론’ 평가를 받았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충격의 2연패를 당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4위에 그쳤던 바이든 전 부통령은 뉴햄프셔에서도 8.4%의 득표율에 머물며 5위로 추락했다.

대권 3수에 도전했던 바이든은 기사회생이 힘든 상황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주당 중도 세력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던 바이든의 몰락으로 갈 곳을 잃은 중도 표심 싸움이 본격화됐다.

이번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의 깜짝 스타는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었다. 미네소타주를 지역구로 둔 중도 성향 여성 후보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뉴햄프셔에서 19.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3위로 뛰어 올랐다. 클로버샤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선 5위에 그쳤었다.

CNN방송은 클로버샤가 뉴햄프셔에서 중도 성향 유권자들과 백인 고학력 여성층의 지지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9.3%의 지지율로 4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민주당 경선 구도는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선두를 달리는 샌더스는 78세의 고령에다 급진적인 성향이 걸림돌이다. 정확히 4년 전인 2016년 민주당 경선 당시 샌더스가 뉴햄프셔에서 60.1%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37.7%에 그쳤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압승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제2의 오바바’, ‘백인 오바마’로 불리는 부티지지 돌풍이 지속될지 여부도 관심사다. 중서부 소도시(사우스벤드)의 시장 재선 경력이 전부인 부티지지는 정치 경력이 부족하다는 평가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약점으로 거론된다.

중도 표심의 향배가 향후 민주당 경선 구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이 몰락한 자리를 아이오와에선 부티지지가 차지했고, 뉴햄프셔에선 클로버샤가 많이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 중도 성향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가세하면 중원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앞으로 22일 네바다 코커스, 29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있다. 민주당의 경선 구도는 14개주 경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3월 3일 ‘슈퍼 화요일’이 지나야 윤곽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도 낙승을 거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새벽 3시 현재 개표율 87% 기준으로 85.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공화당 경선의 유일한 경쟁자인 빌 웰드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9.2%의 지지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 후보들을 조롱하는 트위터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티지지의 이름이 발음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자신이 마음대로 지은 ‘부트에지에지’라는 별칭을 거론하면서 “부트에지에지(부티지지)가 오늘 밤 선전하고 있다. 미친 버니 (샌더스)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매우 재미있다”고 트위터에 썼다.

한편,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섰던 대만계 사업가 앤드루 양과 마이클 베넷 상원의원은 중도 사퇴를 선언했다. 양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과 무인화로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을 우려해 미국 성인 모두에게 월 1000달러(약 120만원)의 기본 소득을 주자는 공약으로 한 때 선풍적 인기를 끌기도 했으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자 하차를 선택했다.

베넷 의원은 지난해 4월 전립선암 치료를 마친 후 뒤늦게 경선에 참여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