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생산을 멈췄다가 업무에 복귀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에게 생산성 만회를 호소하고 나섰다. 오랫동안 강경 일변도의 자세를 유지해 온 현대차 노조가 ‘실리주의’를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12일 ‘코로나19가 생존 의지를 꺾을 순 없다’라는 제목으로 소식지를 내고 “고객이 없으면 노조도 회사도 존재할 수 없다”면서 “회사는 사활을 걸고 부품 공급을 책임져야 하며 조합원은 품질력을 바탕으로 생산성 만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혹여 노사 생존을 위한 노조의 호소에 조합원들이 결코 경직된 사고를 가져서는 안 된다
”면서 “회사 또한 노조의 뜻을 인지하고 조합원에 대한 불필요한 도발이나 관성화된 이념공세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단협) 때마다 파업 카드를 꺼내들던 현대차 노조가 먼저 ‘생산성 만회’ 이야기를 들고 나온 건 이례적이다. 지난 연말에는 회사가 근무 시간 중 와이파이 사용을 제한하자 특근 거부를 결정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휴업이 지속되는 건 회사뿐만 아니라 노조에도 부담스러운 일”이라면서 “구정 이후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노조 역시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와 제네시스 브랜드가 최근 출시한 모델들이 호평을 얻으면서 회사 구성원들의 기대감이 커지던 시점에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만난 탓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태도 변화는 실리주의 성향 노조 집행부가 새로 출범했기 때문에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12월 8대 노조 지부장으로 당선된 이상수 지부장은 선거 당시 “‘뻥’ 파업을 지양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출범식에서 새 노조는 “4차 산업과 친환경 차량 등 산업 변화에 맞춘 회사의 공격적인 투자를 노조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 “노조는 변화를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와이어링 하니스(배선뭉치)를 생산하는 중국 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현대차는 지난 4일부터 공장별로 휴업을 진행했다. 지난 11일 ‘GV80’과 ‘팰리세이드’ 등을 생산하는 울산 2공장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생산 재개에 들어갔으나 부품 수급이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