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던 손님도 기침 소리에 놀라서 도망가.”
23번째 확진자가 잠시 다녀갔던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식당 ‘창화루’ 인근 푸드코트는 개점 후에도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몇 없는 고객들은 한두 테이블 간격으로 떨어져 밥을 먹었다. 그나마 있던 고객도 서둘러 자리를 떴다. 지하1층 식당에서 일하는 김모(56)씨는 “우리 식당은 그나마 창화루와 멀어 간간이 손님이 오는데 푸드코트 쪽은 아예…”라며 말끝을 흐렸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23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을 인지한 지난 7일부터 3일간 임시휴업을 한 뒤 10일 재개장했다. 영업 재개 이튿날인 지난 11일, 직접 찾은 롯데백화점 본점엔 여전히 적막이 흘렀다. 백화점에 입장한 고객들은 마스크를 눈 밑까지 올려 쓴 채로 1층 에스컬레이터 앞에 비치된 세정제를 2~3번씩 꾹꾹 눌러 손을 소독했다.
푸드코트가 있는 지하1층에는 매장마다 직원들이 2~3명씩 손님 없는 복도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김씨가 일하는 식당은 평상시 점심에 매장 바깥까지 대기줄이 늘어선다. 그러나 이날 같은 시간대엔 외국인 관광객 5명이 다였다. 김씨는 “재개장 첫날엔 점심 이후 마감까지 다섯 팀 받은 게 전부였다”며 안타까워했다. 한 직원은 “매출이 반의 반토막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손님이 오지 않아 1시간씩 일찍 마감하는 매장도 적지 않다. 그나마 매출이 줄지 않은 건 1층 해외명품관뿐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창화루는 내부정비가 필요해 12일까지 임시휴업을 연장했다. 재개장 뒤에는 2시간마다 매장 전체를 소독하고 있다. 확진자가 다녀간 1층 ‘택스리펀드(세금 환급창구)’와 4층 의류매장 ‘플리츠플리즈’는 정상 영업 중이다. 방역 때문에 문을 닫았던 지난 7~9일의 평소 주말 매출은 200억원 수준이다. 이 관계자는 “겨울 상품을 밀어내고 봄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인데 상품 소진이 안 되는 것도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일단 영업을 재개했지만 마음 놓고 상품을 홍보할 수도 없다. 확진자 방문 사실이 알려진 상황에서 자칫 부적절한 홍보가 될까봐서다. 실제로 이날 롯데백화점 건물 외부에는 ‘안전한 쇼핑환경을 만들겠습니다’는 안내문구 외 다른 광고를 찾아볼 수 없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당장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있지만 감염병 여파로 각종 홍보 행사도 내부적으로 자제하고 있다”며 “일단 영업보다는 고객들이 다시 쇼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