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52)는 요즘 라임자산운용 관련 뉴스를 살펴보느라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전 재산을 들인 투자금 7억여원을 돌려받을 길이 점점 더 희박해지고 있어서다. A씨가 투자한 펀드는 신한은행이 판매한 ‘라임 크레디트 인슈어드 무역금융펀드’(CI 펀드)였다. 이 펀드는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에 쓰인 정황이 드러난 상태다. A씨는 1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연 4.0~4.5% 수익률을 준다는 말에 투자했다가 25년 간 모은 돈을 전부 날리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이후 총 1조7000억원 규모의 펀드에 대해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최근엔 “상환 계획을 이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A씨가 투자한 CI 펀드도 환매가 중단된 펀드 가운데 하나다. 이 펀드는 총 2949억원이 판매됐는데, 이 중 2713억원 가량을 지난해 4~8월 신한은행이 팔았다. 그해 7월 라임자산운용의 부실 운용 의혹이 수면 위로 불거졌음에도 팔린 것이다.
수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투자하며 손실 가능성은 따져보지 않은 걸까. A씨를 비롯한 CI 펀드 투자자들은 “신한은행 측 설명과 실제 펀드 투자 내역이 완전히 달랐다”고 입을 모은다.
“은행 프라이빗뱅커(PB)가 ‘펀드는 모두 싱가포르의 무역 관련 매출채권에 100% 투자해 안전하다’고 설명했어요. ‘신용등급 A-이상 보험사 3, 4곳에 가입돼 있어 보험사들이 한꺼번에 망하지 않는 한 원금 손실 가능성은 없다’고도 수차례 강조했죠. 펀드 자금이 다른 곳에 투자될 수 있다는 설명은 듣지도 못했습니다.”
실제 펀드 자금은 엉뚱한 곳에 쓰였다. 라임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해 4~7월 팔린 CI 펀드 자금의 47.32%는 ‘라임 플루토 FI D-1호’와 ‘라임 플루토-TF 1호’ 등 손실률이 50%에 달하는 펀드와 사모사채에 투입됐다. 절반 남짓 투자된 싱가포르 매출채권도 정상적 회수는 불투명한 상태다.
투자자들은 “펀드 판매 과정도 엉터리였다”고 주장한다. 은행 측은 4%대 수익을 준다고 홍보했지만, 실제 펀드 관련 서류에는 수익률 표기나 관련 그래프 자체가 기재돼 있지 않았다. 펀드에 레버리지(대출)를 제공한 증권사가 선순위로 채권을 회수해 가는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이 체결돼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한다.
A씨는 “TRS 계약이란 게 있다는 걸 문제가 터진 뒤 인터넷을 뒤져 처음 알았다”며 “전체 37쪽 분량의 상품제안서 가운데 4장 정도만 받았고, 약관 등은 아예 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CI 펀드 투자자 B씨는 “쓰지도 않은 투자성향분석 서류에 내가 ‘공격적 투자자’로 분류돼 있었다”며 “은행 직원한테 물어보니 ‘자기가 적었다’고 실토하더라”고 했다.
신한은행은 라임자산운용이 신탁 계약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레버리지 TRS는 펀드가 정상 운영된 후 라임이 임의적으로 일으킨 것으로 그 이전까진 문제가 없었다”며 “상품 판매 역시 7월까진 라임자산운용에서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고, 8월 이후부터 완전히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불완전 판매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자들의 소송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플루토TF-1호 펀드 투자자 34명은 이날 법무법인 ‘광화’를 통해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 우리은행 관계자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