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병원, 꽃다발 주고 3번 환자 배웅…“제 발로 와 검사받은 분”

입력 2020-02-12 16:39 수정 2020-02-12 17:17

국내 3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12일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퇴원했다. 지난달 20일 입국 이후 격리되기 전까지 6일간 서울 강남과 일산 등지에서 활동한 54세 남성이다.

이 환자는 지난달 26일 신종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명지병원에 입원돼 치료를 받아왔다. 그는 오후 1시 30분쯤 퇴원하면서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 “너무 좋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 환자는 병원 측에서 준비한 승용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그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환자가 승용차에 올라 탈 때까지 배웅했다.

명지병원 의료진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3번째 환자는 스스로 보건소를 찾아가 검사를 받은 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왕준 이사장은 “환자 본인은 아주 경미한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입국했으며 본인이 코로나바이러스 보균자라고 생각해보지도 못했다. 첫 번째 환자가 언론에 노출되면서 혹시 자신이 문제되지 않을까 해서 스스로 보건소를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렇게 스스로 검사하는 과정을 밟았는데 일부러 통제를 피해 다닌 것으로 알려져 본인은 억울한 것”이라며 “사실이 제대로 규명돼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의료진에 따르면 3번 환자는 불안과 스트레스 증상이 심해 입원 뒤 정신과 협진으로 심리상담을 받았다. 정신·심리 안정제도 투여됐다.

이 이사장은 “본인이 1차적 피해자라서 트라우마가 크다”면서 “2주간 공포감을 느낄 수 있는 좁은 공간에 격리 감금됐으므로 절대적인 심리적, 환경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번 환자는 격리되기 전까지 약 6일간 서울 강남과 경기도 일산 등에서 활동했다. 이때 함께 식사를 한 지인이 감염돼 6번 환자(55세 남성)가 됐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코로나19가 발생한 우한에서 왔다면 스스로 조심했어야 하는 것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3번 환자는 중국 우한시에 거주하는 한국인으로 지난달 20일 일시 귀국했다. 중국에서 그와 함께 입국한 31세 중국인 여성도 지난 10일 확진 판정을 받고 국내 28번째 환자가 됐다.

한편 명지병원 의료진은 이 환자에게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를 투여했고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3번 환자가 입원한 지 8일째부터 칼레트라를 투여했다”면서 “투약 다음 날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출량이 감소했고 폐렴 증상이 호전됐다”고 설명했다.

임재균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도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고령자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폐렴의 고위험군의 경우라면 초기부터 이 약의 투여를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최강원 감염내과 교수는 “3번 환자의 사례만 본 것이지만 코로나19 감염에 에이즈 치료제가 효과가 있다는 강력한 암시를 얻어서 학계에 보고하게 됐다”면서 “외국에서 약 200명 대상의 연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아는데 명확한 결론을 내릴 만한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명지병원 의료진은 또 ‘잠복기 논란’이 불거진 28번 환자는 현재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고 있으며 13일에도 음성이 나오면 14일 퇴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이 환자는 아직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 첫 증상이 나올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아예 증상이 안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몸 속에 바이러스만 있다가 사라지는 무증상 환자일 수 있다. 끝까지 증상이 안 나타나는 무증상 감염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 환자에게서 증상이 심해지면 예외적으로 14일 이상의 긴 잠복기가 입증되는, 그야말로 뉴스거리가 되는 특이사례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코로나19 환자 28명 가운데 전날까지 4명이 퇴원했으며 이날 3명이 추가로 퇴원했거나 퇴원할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3번, 8번, 17번 환자는 증상이 호전됐고 2차레 연속 음성이 확인돼 오늘(12일)부로 격리 해제한다”고 밝혔다.

8번 환자는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62세 여성으로 지난달 3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17번 환자는 콘퍼런스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하고 귀국한 뒤 감염이 확인된 37세 남성이다. 지금까지 퇴원한 7명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28명의 25%에 해당한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