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남편의 어깨에 기대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내의 슬픔을 대신 전한 남편도 울컥했습니다. 노부부의 눈물을 닦아준 것은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이었습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11일(현지시간) “눈물을 흘리는 노부부가 훔친 지갑을 돌려달라며 호소하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며 “노부부는 ‘지갑은 찾지 못했지만 시민들로부터 다른 지갑과 꽃을 선물받았다’고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영국 레스터에 거주하는 제프리 워커(89)와 그의 아내 폴린 워커(86)는 지난 9일 인스타그램에 1분 40초 분량의 영상을 올렸습니다. 제프리가 영상을 게재한 이유는 아내의 잃어버린 지갑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제프리는 영상에서 “누군가 시내에서 쇼핑하는 동안 폴린의 지갑을 훔쳤다. 도둑들은 카드를 사용하려고 했지만, 은행이 다행히도 모든 거래를 중단했다. 그들은 이제 지갑을 버릴 것이다”라며 “폴린은 매우 화가 났다. 돈은 사라졌겠지만 지갑을 돌려받고 싶어 한다”고 말했습니다.
폴린은 영상 내내 눈물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지갑 안에는 현금이 10파운드밖에 없었지만 폴린이 지갑을 무척 아꼈기 때문입니다. 자녀의 휴대전화 번호와 복용하고 있던 약도 지갑 안에 있어서 폴린의 상실감은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상 내내 폴린의 마음을 대신 전달한 제프리도 막바지에 울컥했습니다. 제프리는 “만약 이 영상을 보는 분이 지갑을 찾으면 연락해달라”는 글도 덧붙였습니다.
노부부의 눈물을 닦아준 건 시민들이었습니다. 제프리가 게재한 영상은 온라인상에서 퍼졌습니다. 사연을 접한 시민들은 노부부에게 지갑과 꽃다발 등 선물을 보내주었습니다. 영상에는 수많은 응원 댓글이 달렸습니다.
제프리와 콜린 부부는 ITV의 ‘디스 모닝’과의 인터뷰에서 “너무 많은 지갑을 선물 받았다. 꽃도 엄청 많이 받았다”며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인스타그램으로 쏟아진 응원 메시지를 다 읽지 못해 미안하다”고도 했습니다. 제프리는 “지갑을 찾았냐”라는 질문에 “우리는 이제 그 문제에서 벗어났다. 부정적인 것에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기로 했다”고 답했습니다.
누군가는 노부부의 영상에 “고작 지갑으로?”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작은 일도 누군가에게는 가장 큰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사실을 기억하며 타인의 작아 보이는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건 어떨까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