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완 루이(21·여)는 지난해 5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지난 10개월가량 중국 우한의 쉐허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그는 골수 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었으나 병원 측은 의사들과 혈액 제제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술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으로 우한에 감염 환자가 급증하면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 환자 치료에 대부분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완씨 같은 다른 중증 환자들은 신종 코로나 환자들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려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완씨가 입원한 쉐허 병원은 지난달 21일 신종 코로나 전담 병원에 됐다. 완씨의 가족들은 허베이성에 있는 다른 병원으로 보내달라고 했지만, 우한에 머물라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완씨의 어머니 우충씨는 “딸이 세 차례 화학요법 치료를 받았는데, 10월의 마지막 치료는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고, 일요일에 했던 골수 흡인 검사도 예상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애를 태웠다.
완씨는 “너무 고통스럽고 불안해서 죽고 싶다”고 호소했다. 어머니 우씨는 “딸이 계속 극도의 고통으로 괴로워하고 있어 여기서 지내는 하루하루가 무기력하고 절망스럽다”며 “딸의 상태도 점점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완씨 뿐아니라 암과 기관지 천식, 간질 등 여러 질병으로 고생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웨이보에 도움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신종 코로나 발병지인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은 지난 11일 하루 동안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1638명, 사망자가 94명 증가하는 등 전염병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우한에서만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1104명과 72명에 달했다.
81세의 푸다오순씨는 다리에 심정맥 혈전증을 앓고 있는데 요즘 치료를 위해 매일 투여해야 하는 주사를 맞지 못하고 있다.
푸씨가 치료받던 우한의 푸아이 병원이 신종 코로나 지정 병원이 되면서 푸씨와 같은 질병을 치료할 의료 인력이 부족해졌다는 게 이유다.
그의 손녀 푸위펜은 “지금 할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은 침대에 누워 있는 것 뿐”이라며 “할아버지가 다리에 진통제 주사를 며칠째 맞지 않고 걸어다니는 건 너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손녀 푸는 “할아버지는 신종 코로라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어 병원에 가는 것도 위험하다”며 “우한이 봉쇄돼 있어 우리가 갈 수도 없고, 할머니 혼자 간호해야 하는 데 두 분 다 쓰러질까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그녀는 지역 공무원들이 식료품을 배달해주지만 두 분이 얼마나 버틸지 걱정이라며 “할아버지는 이미 유언장도 써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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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듀크대 인구보건학과 탕선란 교수는 “신종 코로나 환자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은 잘못됐다”며 “우한 병원들은 원격 진료 등을 통해 다른 중증 환자들에게도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탕 교수는 “중국에서 2009년 의료보험제도 개혁을 통해 일부 개선이 됐지만, 공공 병원 개혁은 실패했다”며 “중국은 개혁이 아니라 의료 시스템에 대한 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하이 화둥사범대학의 야오저린 교수는 “중국은 대형병원 건설에 중점을 뒀지만, 전문 클리닉의 네트워크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며 “신종 코로나 같은 응급상황 발생시 대형병원만 대처를 할 수 있어 모든 자원을 빨아들인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