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지난 9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서 길게 수상 소감을 밝힌 이유를 설명했다. 혹시나 작품상을 받게 되면 곽 대표 다음으로 이 부회장이 소감을 말하기로 사전에 정해뒀다는 것이다.
곽 대표는 12일 SNS를 통해 “혹시라도 작품상을 받으면 제 다음 순서로 이 부회장님 소감을 듣기로 우리 팀끼리 사전에 정해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생방송이고 마지막 순서라 언제 커트 될지 모른다고 들어서 저는 일부러 소감을 최소 길이로 준비해 빨리하고, 순서를 넘겨드렸다”고 썼다.
봉준호 감독이 작품상 시상에서 소감을 전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봉 감독님은 이미 세 차례나 수상해 ‘소감 소진’ 상태라 별도로 다시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지난 9일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직후 곽 대표가 짧게 소감을 밝혔고, 그후 이 부회장이 영어로 길게 소감을 전했다. 작품상 수상에도 봉 감독이 소감을 말하지 않아 여러 이야기가 나오자 당시 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기생충에 책임프로듀서로 참여했으며 기생충 오스카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그는 이날 영어로 “나는 봉준호 감독의 모든 걸 좋아한다. 봉 감독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한 뒤 기생충 제작진과 동생 이재현 CJ 회장, 한국 관객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기생충 팀은 이날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봉 감독은 현지 일정을 소화한 뒤 다음 주 입국할 예정이다.
곽신애 대표는 이날 취재진들 앞에서 “이렇게 이른 아침에 나와주셔서, 환영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감사한 만큼 송구스럽다”며 “따로 날짜를 잡고 뵐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배우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은 다른 일정 때문에 같이 귀국하지 못했는데 저희끼리라도 인사를 드린다”며 “여러분의 끊임없는 성원과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저희가 그렇게 좋은 성과를 얻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좋은 한국 영화를 통해서 전 세계의 영화 팬들에게 한국의 뛰어난 문화와 예술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