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에서 의료진 최소 500명 코로나 감염…中 당국은 ‘쉬쉬’

입력 2020-02-12 13:50 수정 2020-02-12 16:06
중국 후난 인민병원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의료진.신화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발병지인 중국 우한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500명 이상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지만, 중국 당국이 이를 숨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다수 소식통에 확인한 결과, 지난 1월 중순까지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의료진이 500여 명이고, 의심 증상을 보이는 의료진도 600명가량에 이른다고 12일 보도했다. 이후 이미 한 달 가까이 지났기 때문에 의료진 감염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 정부는 의료진이 감염되는 개별 사례는 보고를 했지만 전체적인 감염 상황은 밝히지 않고 있으며, 의사와 간호사들에게도 의료진의 감염 상황을 공개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고 SCMP는 전했다.

우한 쉐허 병원과 우한대 인민병원에서 100여 명의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고, 우한 제1인민병원과 중난병원에서도 각각 50명이 감염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중난병원이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도 최소 40명의 의료진이 감염됐다고 기록했다.

이들 가운데 신종 코로나 확산을 처음으로 알렸던 의사 리원량 등 최소 3명의 의료진이 사망했다. 리원량이 근무했던 부문의 부책임자인 메이중밍도 감염됐다.

우한대 인민병원의 호흡기 전문의 위창핑은 지난달 14일 발열 증상이 나타나 지난 17일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다른 동료들과 함께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매일 너무 환자를 치료하느라 언제 감염됐는지 알 수 없다”며 “바이러스의 전염성이 아주 강한데, 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우한의 한 대형 병원의 의사는 “보호 장비가 부족해 수많은 동료들이 감염되고 있다”며 “신종코로나에 감염된 의료진을 위해 마련된 병상이 이미 다 찬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감염된 동료의 컴퓨터단층촬영 결과를 보고 많은 의료진이 큰 충격을 받아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다”며 의료 장비를 기증해달라고 호소했다.

의료진까지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격리되면서 되면서 우한에서는 의료진 부족 현상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 충칭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신화연합뉴스

우한 인근의 어저우시 등 주변의 후베이성 도시들도 많은 의료진이 신종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남부 하이난성에서는 의사와 간호사가 모두 마스크를 쓴 상태였는데도 환자를 진찰하다 6분 만에 감염된 사례도 있다고 현지 보건 당국은 밝혔다.

베이징 푸싱병원에서는 무려 6명의 의료진과 4명의 간병인, 5명의 환자가 1명의 신종코로나 환자에게 감염되는 일이 벌어져 병원장이 해고되기도 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이안 립킨 교수는 “의료진은 신종코로나 환자와 긴밀하게 접촉하는 데다 개인 보호장비 착용을 늦게 하거나 부주의로 인해 바이러스에 노출되기도 한다”며 “장시간 근무에 따른 피로 누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보호 장비를 착용하더라도 감염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우한 내 일반 병원들이 신종 코로나 전담 병원으로 급히 개조됐기 때문에 전염병 대응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져 감염자 입원 및 치료 과정에서 혼란이 빚어지면서 오히려 병원이 신종코로나 확산의 온상이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염병 전문 병원인 베이징 유안병원의 의사 장커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병했을 때 중국 내 의료진 감염률은 18%, 홍콩은 22%였다”며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에서도 10∼20%의 의료진이 감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