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램버트 대북특사도 지난 1월 유엔 특사로 이동
트럼프 우선순위서 북미 협상 뒤로 밀리는 것 아니냐 분석
한반도 라인 재정비 관측도 나와
미국 정부의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넘버 2’가 승진해 이동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협상에 관심을 잃은 데다 북·미 협상의 공전 상황이 길어지자 미국 측 실무협상팀의 핵심 인사들을 빼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백악관은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알렉스 웡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부대표 겸 북한 담당 부차관보를 유엔 특별 정무 차석대사로 지명하는 인선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유엔 특별 정무 차석대사는 대사급으로, 상원 인준이 필요한 자리다. 웡 특별부대표 입장에선 승진한 것이다.
웡 특별부대표는 국무부 부장관을 겸하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체제에서 2인자 역할을 해왔다. 특히 비건 특별대표가 부장관으로 승진한 이후 윙 특별부대표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방한했던 웡 특별부대표는 지난 10일 서울에서 워킹그룹 회의를 갖고 북한 개별관광과 철도·도로 연결, 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화 등 남북협력 사업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또 11일에는 한·미 북핵 차석대표 협의를 갖기도 했다.
앞서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대북특사는 지난 1월 국제기구 내에서 증대하는 중국의 영향력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수행하는 유엔 ‘다자간 연대’ 특사로 임명됐다. 램버트 특사는 국무부 한국과장, 한국·일본 담당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 대북정책 특별대표 대행, 북한 담당 부차관보 대행, 대북특사를 지낸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다.
램버트 특사에 이어 웡 특별부대표까지 빠지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라인이 연쇄적으로 공석이 되는 상황이 초래돼 업무 공백이 우려된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 집중하면서 북·미 협상이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또 북·미 협상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미 국무부의 핵심 인력들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 길어지자 고육지책으로 인사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현실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사 공백을 조기에 메우면서 한반도 라인에 대한 재정비가 빨리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국정연설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북한을 거론하지 않았다. 또 미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 대선 이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워싱턴 외교가의 한 인사는 “통상적으로 상원 인준에는 두 달 이상 걸리는 만큼 웡 특별부대표의 인사 이동이 당장 관련 업무에 차질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