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동상·생가·기념관…한국당이 ‘기생충’ 4관왕 축하하는 방법

입력 2020-02-12 10:36
9일(현지시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각본·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미국 LA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봉준호 생가터 복원·봉준호 동상·봉준호 기념관, 봉준호 카페거리….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를 휩쓸자 자유한국당이 ‘봉준호 맞춤’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이제 와서 숟가락 얹는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예술적 성취를 축하하기 위해 고작 내놓는 것이 동상, 생가터라는 사실에 “퇴행적”이라는 네티즌 반응도 나왔다.

봉 감독은 대구 남구 봉덕동에서 태어나 남구 대명동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니다 서울로 이사했다. 1994년 영화 ‘백색인’으로 데뷔한 그는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을 받으며 4관왕을 달성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대구 달서구병)은 다음날인 11일 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봉 감독은 대구 출신으로 대구의 자랑이다”라며 “대구 신청사 옆 두류 공원에 ‘봉준호 영화박물관’을 건립해 세계적인 영화 테마의 관광메카로 만들겠다. 영화를 문화예술 도시 대구의 아이콘으로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장원용 한국당 예비후보(대구 중·남구)는 이날 “봉준호 기념관과 공원 조성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배영식 한국당 예비후보(대구 중·남구)도 이날 “‘봉준호 영화거리’, ‘봉준호 카페거리’, ‘봉준호 생가터 복원’, ‘봉준호 동상’, ‘영화 기생충 조형물’ 등을 남구에 설치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안철수와 함께 만드는 신당 발기인대회 2부 행사로 열린 강연 "무너진 정의와 공정의 회복"에 참석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한국당의 ‘봉준호 맞춤 공약’ 남발을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국의 보수, 절망적이다. 봉 감독은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CJ 이미경 부회장은 자리에서 끌어내려 미국으로 망명 보냈던 분들 아닌가”라며 “그랬던 분들이 인제 와서 봉준호 감독의 쾌거에 숟가락 올려놓으려 하다니, 얼굴도 참 두껍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그 방식이 생가복원이다. 정확히 박정희 우상화하던 방식이다. 행여 이 소식이 외신으로 나가면, 문화강국 한국의 이미지에 먹칠할 것이다”라며 “이분들, 마인드가 딱 70년대에 가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예비후보들은 ‘기생충’에 드러난 문제의식을 해결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허소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달서을)는 지난 10일 “기생충이 다룬 경제·사회 불평등 문제 완화에 더 힘쓸 것”이라며 “서민과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다양한 정책과 부동산 공화국의 오명을 씻을 수 있도록 담대한 정책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조명래 정의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대구 북구갑)는 11일 논평을 내고 “이번 총선이 우리 사회 불평등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고 극복하려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이번 총선이 정치의 본연인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한 비전과 실천을 두고 경쟁하는 선거가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