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봉준호·송강호와 블랙리스트 모임 추진해볼까”

입력 2020-02-12 09:33
연합뉴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쾌거를 축하하며 “봉준호 감독, 송강호 배우 등과 함께 블랙리스트 모임 추진해볼 과욕을 조심스레 품어본다”고 했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 10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자신을 ‘검사 블랙리스트 피해자’라고 표현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문화계 블랙리스트 봉준호 감독님의 쾌거에 국민의 한사람으로 감축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최초로 아카데미상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오른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부장검사는 “아쉽게도 수상에 실패했지만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며 “대한민국에서 우연히 일어난 교통사고가 아니라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해서는 안 될 일에 매진했던 그 불행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기록으로써 경각심을 일깨우는 일은 대한민국에서만 필요한 일은 아닐 것”이라며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쾌거”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시간으로 이날 ‘기생충’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포함해 감독·각본·국제장편영화상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01년 한국 영화 역사를 다시 쓴 순간이다. 또 비영어 영화가 작품상을 최초로 수상함으로써 아카데미 역사에도 한 획을 그었다. 이같은 업적을 이룬 봉준호 감독과 주연배우 송강호는 지난 정권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됐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지난해 2월 발간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에 따르면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설 국정권은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했었다. 이를 토대로 정부 비판성향 연예인들을 배제하기 위해 소속사 세무조사, 프로그램 편성 관계자 인사조치를 진행하는 등 이들의 퇴출을 압박해왔다.

영화감독 52명이 나열된 리스트에는 봉준호 감독의 이름도 있었다. 그는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에 보고된 ‘문제 인물’ 목록에도 포함됐었다.

송강호는 2015년 5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만들어진 목록에서 발견됐다. 여기에는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성명’을 발표한 영화인 594명의 이름이 적혔다.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문체부는 이들이 정부 예술인 지원사업의 수혜를 받지 못하도록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에 압력을 가한 의혹을 받았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