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웃”… 아산 농민이 우한 교민에게 보낸 편지

입력 2020-02-12 09:05 수정 2020-02-12 09:10
아산 임시생활시설의 우한 교민에게 제공된 특산품을 납품한 농가가 지난 9일 편지를 함께 보낸 사실이 알려졌다. 사진은 J농원 농부 김모(33)씨가 보낸 편지. 연합뉴스

“아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외로움과 불안에 지지 마시고 여기 계신 동안 편히 쉬시다 건강히 일상의 행복으로 복귀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 배즙은 안산에서 정성껏 기른 유기농 배로 농장에서 직접 만들었습니다. 환대의 마음으로 인사드릴 수 있어 기쁘고 감사합니다. 건강과 평안을 바랍니다. 당신의 이웃 아산ㅇㅇ농원 농부 드림.”

충남 아산에서 생활하고 있는 우한 교민에게 배즙을 납품한 농가가 교민들에게 따뜻한 편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졌다.

편지를 보낸 주인공은 아산에서 유기농 배를 생산하는 J농원의 농부 김모(33)씨다. J농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을 방문한 지난 9일, 교민에게 배송된 도시락 중 배즙을 납품하면서 위 내용을 담은 편지글을 스티커 형태로 인쇄해 동봉했다.

하지만 편지가 도시락 재구성·포장 과정에서 빠지면서 교민에게 전달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지인이 보내준 도시락 관련 기사와 사진을 보고 자신이 생산한 배즙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그는 SNS에 “발주 받았을 때는 그저 아산(에 체류하는) 교민 식사에 들어간다고만 했는데 배즙이 여기(대통령 방문시 제공된 도시락)에 들어갈 줄은 몰랐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교민들에게) 뭐라도 도움이 될 수 없을까 했던 참에 주문받자마자 무작정 편지 작업해서 보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발주 분량 1000봉 가운데 절반가량에 대해서는 비용을 받지 않고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SNS에 올린 글은 1000회 이상 ‘좋아요’를 받았고 ‘따뜻한 마음 감사하다’ 등 댓글이 달렸다.

농원 측은 우한 교민에게 배즙이 배송된 사실이 알려진 뒤 주문량도 늘었다고 밝혔다. 주문 메시지에 ‘우한 교민들 도시락 보고 왔다. 힘내시라’는 격려의 내용이 다수 담겼다고 한다.

농장주 김씨는 “처음에 아산에 교민이 수용된다고 했을 때 여론이 좋지 않아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대부분 시민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작은 일을 한 저희보다 우한 교민, 방역 현장에서 고생하는 분들, 동요하지 않고 묵묵히 응원해주는 아산 시민이 주목받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중국 우한 교민들이 임시 생활하고 있는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모습. 연합뉴스

우한 교민 700명은 이달 15~16일 이틀에 걸쳐 퇴소할 예정이다. 15일 퇴소 예정인 인원은 지난달 31일 1차로 귀국한 367명(아산 194명, 진천 173명 전원)이다. 16일에는 지난 1일 2차 전세기편으로 들어온 교민 333명(아산)이 퇴소할 예정이다.

이들은 최종 검사에서도 음성으로 나오면 정부가 마련한 버스에 타고 서울, 대구·영남, 충북·대전·호남, 경기, 충남 등 5개 권역으로 나눠 이동한 후 권역별로 지정된 버스터미널·기차역에 내려 각자 거주지로 이동한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