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가 공공장소에서 부하 여성 직원에게 “그만 먹어, 살찐다”고 말했다면 성희롱이 맞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0부는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A씨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2일 전했다. 앞서 A씨는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자신이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이같은 처분을 취소해줄 것을 요청했다.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A씨는 출장을 가지 않고도 70여차례 출장비를 탔고, 여성 직원을 성희롱한 혐의로 해고됐다. 특히 그는 성희롱 징계 수위가 자신에게만 유독 강하게 적용됐다고 주장했다. 감봉 등으로 그치는 이전 사례에 비하면 과한 처사라는 의미다.
그는 음식을 먹으려는 직원에게 “그만 먹어라, 살찐다”고 말했다. 자신의 전 연인을 언급하면서 “그 호텔 잘 있나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내에서 벌어진 성희롱 사건을 이야기하면서는 “남자가 술자리에서 그럴 수도 있는데 별일 아닌 걸 가지고 일을 만들었다”는 2차 가해 발언도 했다.
1·2심은 모두 A씨의 징계 혐의를 인정했다. 출장비를 허위·과다 수령하고 직원들에게 사적 용무를 시킨 혐의를 포함해 그의 발언 모두를 성희롱으로 봤다.
법원은 그가 여성 직원 외모에 관한 말을 수차례 반복해 같은 자리에 있던 다른 직원이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할 만큼 정도가 가볍지 않았다고 봤다. 전 연인 호텔 발언 역시 하급자에 대한 지도·감독 과정에서 용인되는 수준을 벗어난 부적절한 발언으로 판단했다. 2심은 “여성 직원이 ‘살찐다’는 말을 신체에 대한 조롱 또는 비하로 느꼈고, 호텔 등의 이야기에 성적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2차가해 발언을 두고도 “성희롱 피해자에 대해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려 한 것”이라며 “2차 피해를 야기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다만 징계 수준을 두고는 1·2심의 결론이 엇갈렸다. 1심은 해고까지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보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의 성적 동기나 의도가 명백히 드러났다고 보이지 않고 같은 직장 내에서 성희롱이 인정된 경우 감봉이나 정직 정도로 그쳐도 된다는 것이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원심을 뒤집었다. 다수의 부하직원을 관리·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씨가 제시한 감봉 등의 사례와 다르다고 봤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