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4시쯤 인천 계양구 임학동 재향군인회 건물에서 불이 나 세 들어 살던 5명의 몽골 가족의 보금자리가 폐허가 됐다.
화재당시 2001년 한국에 관광비자로 나왔다가 한국인과 만나 결혼을 한 몽골인 멍다르(가명, 64)씨가 그녀의 손주 3명과 함께 집에 있었다. 갑자기 전기누전으로 보이는 화재로 인하여 몸만 빠져 나온 뒤, 집은 1시간만에 집안 전체를 태우고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진화됐다.
한국인 남편의 초청으로 손주들과 함께 이 나라에 온 그녀의 딸은 외출했다가 폐허가 된 집에 돌아와 거의 실신하다시피 쓰러졌다. 다행인 것은 아이들 셋(남아 4살, 2살 쌍둥이 아들들)이 그나마 살아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됐다.
몽골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던 아노(가명)는 한국으로 시집 온 어머니의 초청을 받아 수원에 있는 칼빈대학교 대학원(글로벌 문화산업 경영학과)에 유학생 신분으로 와 공부와 일을 겸하고 있는 상태였다.
화재 이후 이들은 갈 곳이 없는 상태다.
한국에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너무나도 막막한 상태라는 것이다. 한국인 남편은 2017년에 세상을 먼저 떠났고, 몽골인 멍다르는 2006년에 혼인신고는 하였지만 아직도 내국인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상황이다.
왜냐하면 내국인 국적을 취득하려면 3000만원의 비용이 있어야 하지만 한국인 남편이 그런 큰 돈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국인 남편이 가난했기 때문에 내국인 국적을 취득하는 것을 미루다가 남편이 죽은 뒤에는 남편의 한국인 자녀들조차 외면을 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몽골인 가족은 자신들의 신분을 증명해 줄 수 있는 비자나 관련 서류를 찾아 잿더미를 뒤졌지만 화재더미에서 건질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한국인 남편은 세상을 뜨기 전 몽골인 딸을 초청해 유학비자로 서로 의지하고 살도록 했다.
불이 난 뒤 몽골인 가족을 보고 딱한 사정을 알게 된 한 주민이 ‘내일을여는집’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내일을여는집에서 운영하던 사회적기업 계양구재활용센터가 지난 2017년 3월 1일 화재로 커다란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어 내일을여는집 이사장 이준모(56) 목사와 직원들이 몽골인 가족을 찾아 대책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몽골인 멍다르는 2001년 한국에 왔다가 한국인 남편을 만나 2006년에 혼인신고를 하고 살았지만, 지금까지 재국민으로 주민등록을 발급받지 못한 가운데, 한국인 남편이 2년전에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생계비 지원이나 내국인에 대한 긴급지원도 받을 수가 없었다.
확인결과 우리 정부가 비록 고인이 된 한국인 남편과 혼인신고가 되어 있어서 긴급지원을 해 준다고 하더라도 심사가 매우 까다로우며, 설령 긴급지원을 받는다고 치더라도 화재의 원인이 귀책사유가 되면 지원금을 환수조치해야 하며, 그 외 외국인이라 딱히 사회안전망 시스템으로 도와 주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당장 급한 것은 5명의 가족이 머무를 수 있는 방이다. 계양구 동 센터 사회복지사도 규모있는 복지재단에 연락을 해 보는 등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몽다르(가명) 가정을 위해 동사회복지사로서 딱한 사정을 알고 2017년 12월부터 사례관리 대상자로 선정해 보장협의체 기금으로 생계비 지원, 복지관 통해서 체납된 월세비 지원, 복지재단 통해 후원금 지원, 보장협의체 통해 체납 월세비 지원, 1년 동안 후원금 연계, 셀트리온과 한림병원 통해 안과 수술 및 치료 지원, 보장협의체 위원이 개인 후원금 지원을 연계시켰다.
또 수시로 후원물품(전기밥솥, 기저귀, 쌀 등) 지원 등 끌어모을 수 있는 모든 지역사회 자원을 연결하고 있다. 정부지원이 안 되니 다른 사람보다 더 정성껏 지원하고. 부업도 소개하고, 개인적으로 10만원을 빌려달라고해서 빌려주기도 했다.
결국 내일을여는집이 긴급지원을 결정하고, 일시 보증금 300만원에 월 30만원의 월세를 얻었다. 또 이불, 세탁기, 밥솥, 밥상 등 가재도구와 내복, 속옷, 신발, 김치, 밑반찬 등 생필품을 지원했다. 2017년 3월 화재를 경험했던 사회적 기업인 계양구 재활용센터가 가전제품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내일을여는집 관계자는 11일 “어려움에 처한 몽골인 가정을 위해 모금도 하고, 생활비 지원도 하고, 아이들이 할아버지 나라에서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며 “멍다르는 한국인 남편 아들의 건강보험에 편입돼 있어 녹내장을 고치고 있으나 4살, 2살의 어린 아이들 셋은 의료보험이 안돼 병원비가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 상태”라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또 “유학생에게는 여타의 복지 시스템이 없는 한국에서 유학생이 자녀와 살기가 너무나 어려운 상태”라면서 “모든 재산을 잃었기에 다음 학기 등록이 어렵고, 체류허가를 받으려면 유학생 신분이어야 하고, 매월 들어가는 월세(30만원), 월 유치원 교육비(75만원) 등이 필요하지만 너무나 힘겨운 처지”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국민일보 보도이후 이준모 목사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지역구 국회의원이 내국인 자격취득을 위해 알아보는 등 돕고 있다”고 귀띔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