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심각?… WHO, 中이 퇴출시킨 대만도 회의참석 허용

입력 2020-02-12 05:10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EPA연합뉴스

세계 전문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 코로나) 대응을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긴급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대만의 전문가들도 참석이 허용돼 이목이 쏠린다. 대만은 중국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WHO에서 퇴출당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신종 코로나 사태가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WHO는 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신종 코로나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글로벌 포럼을 마련했다. 세계 각국의 전문가 400명이 모여 신속한 진단, 백신 개발, 효과적인 치료법 등 대책을 논의한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중국의 압박으로 WHO 회의에서 퇴출된 대만의 전문가들도 참여가 인정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대만 전문가들은 대만이 아닌 ‘타이베이’(대만 수도) 자격으로 규정됐으며, 화상회의 형식으로 회의 참석이 허용됐다.

대만은 1971년 중국이 유엔에 가입하면서 유엔 및 산하기관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대만은 주권국가로서의 외교권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중국 타이베이’ 등의 명칭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에 가입해야 했다.

2002~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가 발병하면서 대만의 WHO 참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마잉주 정권이 양안 친화 정책을 앞세우면서 중국이 WHO총회에 대만이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할 수 있도록 했지만, 독립성향이 강한 민진당이 집권하면서 2017년부터는 다시 퇴출됐다. 대만 언론의 취재 신청도 지난 3년간 거부됐다. 특히 중국은 최근 WHO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영향력을 높이고 있어, WHO가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WHO가 신종 코로나 관련 회의에 대만 전문가의 참석을 허용한 것은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WHO는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의 확산이 전 세계로 확산되자 사상 6번째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기도 했다.

아사히는 WHO 관계자가 “우리는 대만 당국이나 공중위생 전문가와 기술적인 협력을 계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대만이 방역의 최전선에 있다며 WHO 회의 참석을 요구했다. 아베 신조 총리도 국제적 감염 대책 등에서 지리적 공백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며 대만의 참여를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다만 대만이 향후 WHO의 회의에도 참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편 WHO는 이날 오전 6시 현재 신종 코로나로 인한 중국 내 사망자는 1017명, 확진 환자는 4만2708명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 지역에서는 24개국에서 사망자 1명, 확진자 393명으로 집계됐다고 덧붙였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