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안에 조국 있다?”…외신들의 기생충 읽기

입력 2020-02-11 18:55
영화 기생충 스틸컷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대해 해외 언론들은 영화가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다루고 있다며 ‘조국 사태’를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10일 ‘한국의 뿌리 깊은 사회적 분열을 반영한 영화 기생충’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영화에서 학위를 위조하는 장면은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스캔들’을 연상시킨다”며 “그는 자녀 대학 입시와 관련된 문서 위조 등으로 지난해 12월 기소됐지만 범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영화 ‘기생충’에서 아들 기우(최우식)가 부잣집 과외를 맡기 위해 여동생(박소담)과 함께 서류를 위조하는 장면을 언급하면서 “영화 기생충의 성취는 훌륭하지만, 위조 기술과 구직 계획에 감탄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건 씁쓸했다”고 한 관람객의 평가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국 스캔들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며 특히 “부패 척결을 강조하며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을 지지한 청년들에게 특히 실망을 안겨줬다”고 전했다.

아울러 “한국 청년들은 입시 과정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며 “청년들이 보는 한국 사회 시스템은 구조적 불평등으로 오염돼 있고, 엘리트 계층의 이익에 치우쳐져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도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직후인 10일 “‘기생충’은 서울의 과도한 집값과 불결한 환경으로 빈곤층이 직면한 불안감, 그리고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오를 수 없는 계급의 체념을 다뤘다”고 분석했다.
영화 '기생충'과 조국 전 장관 사태를 연결해 설명한 이코노미스트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역시 지난해 10월 영화 ‘기생충’에 대한 분석 기사 제목을 “대통령은 한국 사회에 실력으로 인정받는 공정사회를 약속했다”고 달았다. 이어 부제목으로 “그래서 그들(한국인)은 법무부 장관을 집어삼킨 스캔들에 격분했다”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는 “문 대통령은 2017년 임명됐을 때보다 공정한 사회를 약속했다”며 “하지만 그가 조국 장관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그의 딸이 입시에서 비정상적인 이익을 받았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송혜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