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코로나 진단 키트 “정확도 부실“ 애로…홍콩 ‘에어로졸 감염’ 우려

입력 2020-02-11 17:42 수정 2020-02-11 17:43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서는 등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각종 의료품과 병원 등 장비와 시설이 부족해 방역에 먹고 있다.

중국 보건 당국은 초기에 부족했던 코로나 진단 키트 공급을 급하게 늘렸지만 진단 정확도가 떨어져 적기에 환자를 가려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홍콩에서는 배관을 통한 에어로졸 감염 의심 사례가 발견돼 아파트 주민들이 대피하기도 하는 등 신종 코로나 공포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11일 0시 현재 전국 31개 성·시에서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4만2638명, 사망자는 1016명이라고 발표했다. 확진자는 하루 전보다 2478명, 사망자는 108명 증가했다. 특히 신규 사망자 수는 3일 64명, 5일 73명, 7일 86명, 9일 97명에 이어 100명을 돌파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발병지 우한이 포함된 중국 후베이성은 지난 10일 하루 동안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2097명, 사망자가 103명 각각 늘었다. 우한에서만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1552명과 67명이었다.

하지만 우한에서는 여전히 환자들이 제대로 된 진료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우한에 사는 양모씨의 어머니(57)는 지난달 말부터 감기 증세를 보이다 발열과 호흡곤란 증세까지 나타났으나 지난주 목요일에야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양씨의 어머니는 지난 1일 처음 진료 예약을 했지만 그때는 코로나 진단키트가 없어 헛걸음하고 발길을 돌렸다. 이틀 뒤 다른 병원에서 하루에 할당된 진단 키트 중 하나를 배정받았다. 진단 결과 신종 코로나 음정 판정을 받았지만, 그녀의 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결국 하루를 더 기다려 재검사를 해보니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왔다. 양씨는 “처음에는 진단 키트가 없었고, 그 다음에는 부실한 키트로 며칠을 허비했다”고 말했다.

우한에서는 지난달 16일까지 진단 키트가 없어 환자의 시료를 베이징에 보내 검사하는 식이어서 진단에 최소한 3일가량이 걸렸다.

이에 중국 정부는 7개 제약회사에 핵산 방식의 진단 키트 생산을 승인해줬다. 상하이의 리버페리사는 “통상 진단 키트 개발에서 생산까지는 2~3년이 걸리는데 이번에 우리는 20일 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7개 업체가 생산에 들어가면서 우한에서 키트 부족 현상은 완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키트의 진단 정확도가 떨어져 제대로 환자를 가려내지 못하고 있다. 중일우호병원에서는 한 환자가 세 차례나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폐 안의 액체 샘플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확진자로 분류되기도 했다. 왕천 중국공정원 부원장은 “(진단 키트) 검사의 정확도는 30~5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담장에 걸린 중국 격려문구.대사관제공

홍콩에서는 공기중에 떠 있는 입자나 액체 방울로 감염되는 ‘에어로졸 감염’ 가능성이 제기돼 아파트 주민 110명이 긴급 대피했다.

홍콩 보건 당국은 홍콩 내 신종 코로나 환자가 같은 아파트에 사는 다른 환자로 인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칭이 지역의 캉메이 아파트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홍콩의 42번째 환자인 62세 여성은 이 아파트 3층에 살고 있고, 12번째 환자인 75세 남성은 13층에 거주하는데 배기관을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42번째 환자의 아들과 며느리, 같은 아파트 주민 3명도 증상이 있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대피한 주민은 같은 아파트 ‘7호 라인’에 사는 35가구, 110명이다.

전염병 권위자인 위안궈융 홍콩대 교수는 “배설물을 옮기는 파이프라인이 공기 파이프와 이어져 있어 배설물에 있던 바이러스가 환풍기를 통해 아래층 화장실로 이동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후베이성 위생건강위원회의 장진 당 서기와 류잉즈 주임을 면직시키고 우한에 대해서는 구획을 나눠 출입을 통제하는 식으로 한층 강화된 봉쇄식 관리에 들어갔다.

중국 주재 한국대사관이 신종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중국인들을 격려하기 위해 대사관 철제 담장에 ‘중국의 어려움은 우리의 어려움’ ‘중국 힘내요’라는 문구를 새긴 현수막을 설치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