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58)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자유한국당 서울 지역 후보로 4·15 총선에 출마키로 하면서 경호 문제에 이목이 쏠린다. 경찰의 근접 경호 대상인 그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선거 유세를 벌이는 진풍경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테러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경찰은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태 전 공사 유세에 수백 명의 경찰이 투입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태 전 공사가 11일 오전 출마 선언을 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을 때 그의 주변엔 경찰 요원을 포함해 5~6명이 붙어 있었다. 태 전 공사의 가장 큰 문제는 출입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국회가 아닌 지역구 곳곳을 누벼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태 전 공사는 신변 보호 ‘가급’으로 24시간 경찰 경호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당 한 보좌관은 “유세 일정은 되도록 많은 사람들을 모을 수 있도록 늦어도 전날 저녁에 알려야 하는데 동선 자체가 보안 사항인 태 전 공사는 어떤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의 집회 장소에서 극단의 정치 이념을 가진 시민단체 간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정세종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경호 인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태 전 공사를 근접 경호하는 경찰 입장에선 말은 못하겠지만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이후 최고위직 탈북자인 태 전 공사는 2016년 한국으로 망명한 뒤 북한 체제를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현재의 대북 정책과 통일 정책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만 있다”고 말했다. 출마 이유를 묻는 질문엔 지난해 11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로 북송된 탈북자 2명을 거론하며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의정 활동을 해야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답변했다. 경호 문제에 대해선 “정부에서 제 활동과 관련한 (경호) 문제를 충분히 보장해주리라 믿는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태 전 공사의 선거운동에 관한 신변 보호 방안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신변 보호에 변수가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도록 하겠다”고만 말했다. 김형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은 태 전 공사를 직접 접촉하며 영입에 공을 들였다. 한국당은 어렵게 ‘모셔온’ 데다 선거운동에 제한을 받는 고위급 탈북자라는 점까지 감안해 한국당 텃밭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갑 공천 등을 검토 중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