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신종 코로나 ‘방역 최일선’ 질본 1339 콜센터 현장

입력 2020-02-11 17:31 수정 2020-02-11 19:53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에서 상담원들이 상담업무를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전문 콜센터는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상담원들 외에도 보건·의료 등 전문인력 19명이 상주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같은 빌라 아래층에 중국인이 살아요. 우리 집엔 100일 된 아기도 있는데 감염이 걱정돼 우리 집 문고리도 휴지로 잡습니다.”

불안 가득한 민원인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 들리자 박혜미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장은 침착하게 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물건을 통해 전파된 사례는 없습니다. 관할 보건소 문의 결과 그 중국인 분은 지금 자가격리 중인 상태로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하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신종 코로나 ‘방역 최일선’에 있는 질본 1339 콜센터 상담원들을 11일 서울 영등포구 콜센터에서 만났다. 신종 코로나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하루 평균 콜(문의)은 300여개에서 1만5000여건까지 뛰었다. 상담원은 19명에서 지난 4일 기준 596명까지 대폭 늘었다.

콜센터 상담원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신종 코로나 감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중국 방문력이 없는데 기침, 발열 등 호흡기증상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이 가장 많다”며 “지금이 신종 코로나 뿐만 아니라 절기상 인플루엔자나 그냥 감기도 유행하는 기간이어서 조금만 몸이 불편하면 막연한 불안감에 전화를 주는 분들이 10명 중 8~9명”이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중국인과의 접촉력 등을 감안해서 불안감이 크면 주변 선별진료소로 가라고 안내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요소 없이 막연하게 불안해한 분들은 감염 경로 가능성 등 원칙을 설명하고 일반 주변 내과를 가도록 안내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입국 후 증상을 호소한 외국인이 있으면 바로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관할 보건소에 조치를 요청한다.


특정국가 여행 계획을 취소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도 빗발친다. 상담원들은 해당 국가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 수, 보건당국의 여행경보 수준 등을 알려준다. 이윤재 질본 사무관은 “상담원들이 ‘여행을 취소하라’고 할 순 없다. 판단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진단검사 대상자 기준 등 사례정의가 몇 차례 바뀌다보니 상담원들도 수시로 교육을 받는다. 역학조사관 2명이 콜센터에 있으면서 복잡한 지침을 정리해준다. 김모 상담원은 “아침에 출근하면 밤 사이 여행제한지역 등 바뀐 지침이 있는지 교육을 받은 뒤 상담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 사무관도 “자가격리자의 생활비 지원, 선별진료소 목록 등도 실시간으로 바뀌기 때문에 점심시간에도 교육을 받는다”고 했다.

장난전화, 허위신고도 적지 않다. 박 센터장은 “전화 연결이 됐는데 ‘어? 진짜 되네’라고 하거나, 실컷 상담을 했는데 ‘장난이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도움이 급한 분들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자제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 상담원은 “그래도 고생한다며 커피, 빵이 배달되기도 하고 명절에 ‘감사하다’고 전화 준 분들도 있었다”며 “사명감을 느끼면서 전화들을 받고 있다”고 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