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부터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까지 봉준호 감독의 ‘입’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통역사 샤론 최(본명 최성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봉 감독 특유의 유머를 완벽하게 영어로 옮겨냈다는 평을 받는 그를 주요 외신들도 주목했다.
미국 CNN은 10일(현지시간) ‘봉준호 감독의 통역사 샤론 최를 위한 박수갈채’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샤론 최의 통역 능력을 극찬했다. 봉 감독이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수상 소감에서 “아침까지 밤새 술을 마실 준비가 됐다”고 말한 것을 인용해 “열심히 일한 샤론 최도 한잔하길 바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인 9일 별도의 기사를 통해 샤론 최를 집중 조명했다. NYT는 “샤론 최가 레드카펫과 TV출연을 통해 봉 감독의 연설 및 인터뷰 내용을 통역했다”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모두 4차례 무대에 올랐다”고 소개했다.
이어 “무대 위에서 샤론 최의 차분한 존재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면서 “봉 감독은 ‘E!’와의 인터뷰에서 ‘(샤론 최가) 엄청난 팬덤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샤론 최는 지난해 5월 프랑스 칸 영화제부터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봉 감독의 해외 일정에 동행하고 있다. 앞서 2018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 해외 일정에서도 통역사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완벽한 통역’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지만, 샤론 최는 전문 통역사가 아니라고 한다. 20대 중반이고 미국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단편 영화를 연출한 적이 있는 신인 감독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봉 감독의 의도를 정확히 살려 매끄러운 통역을 완성해 많은 영화 팬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그의 영어 실력은 해외에서 유학을 했거나 현지에 사는 사람들조차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봉 감독은 샤론 최에게 ‘언어의 아바타’라는 수식어까지 붙여줬다.
샤론 최의 통역 영상은 유튜브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조회수 100만을 넘긴 영상도 많다. ‘미국 기자의 곤란한 질문에 능숙 대처’(152만회) ‘가장 어렵다는 한국어 유머 통역하기’(111만회) ‘기생충 영화 흥행에 따른 샤론 최 통역사가 주목받는 이유 분석’(114만회) 등이 그 예다.
앞서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봉 감독의 기생충이 외국어영화상을 받자 미국 연예매체 ‘더 할리우드 리포터’는 “당신도 스타가 됐다”면서 샤론 최에게 마이크를 건네기도 했다. 봉 감독은 이에 “샤론 최가 큰 팬덤을 가졌다. 그는 완벽하다”며 “우리는 언제나 그에게 의지하고 있다. 샤론 최는 훌륭한 영화감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트위터에서는 샤론 최가 영화감독인 사실을 언급하며 “거친 부분은 부드럽고 품위 있게, 강조하려던 부분은 더 날카롭고 유머러스하게 다듬어서 통역하는 이 분의 영화가 궁금하다”는 글이 올라와 많은 공감을 얻었다.
영화매체 인디와이어도 샤론 최를 “오스카 시즌의 MVP(Most valuable player·최우수 선수)”라고 칭찬한 뒤 “다음에는 그가 자신의 영화로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