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이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 석권에 투자사 CJ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고 조명했다.
WSJ은 10일(현지시간) ‘기생충의 재정 후원자는 식품 업체로 시작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개재했다.
WSJ은 CJ에 대해 “70년이 된 CJ는 미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나, 한국에서는 미디어·엔터 업계에서 큰 규모를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오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한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꿈이 이뤄졌다”고 소감을 말했다.
WSJ은 이 부회장이 1950년대 설탕과 밀가루 제조사로 CJ그룹을 태동시킨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손녀라고 소개했다.
이 부회장과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995년 할리우드와 음악산업 쪽에 목표를 두고 드림웍스SKG에 3억달러를 투자해 약 11%의 지분을 취득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사무실에서 WSJ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저 식품회사였다”면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우리가 독립했을 때 동생과 나는 회사를 정말로 확장하고 싶었다”고 당시 드림웍스에 투자를 결정한 배경을 밝혔다.
WSJ는 그 당시만 해도 CJ는 ‘제일제당’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었으나 오늘날 이 회사는 영화 투자·배급과 함께 여러 개의 음반 레이블과 배우 매니지먼트사를 거느리며 ‘케이팝’으로 알려진 한국 현지 팝음악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 공동창업자는 이 부회장에 대해 “돈과 야망, 무한한 지식의 샘을 갖고 할리우드에 왔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녀는 드림웍스와의 파트너십을 지렛대 삼아 한국과 여기 미국에서 다른 목표를 추구했다”고 말했다.
WSJ은 올해 오스카 작품상 후보작 중 ‘기생충’이 유일하게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의 작품이 아니었지만, CJ가 제작비 1100만 달러짜리 ‘기생충’을 수상작으로 만들기 위해 대규모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고 평가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