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 북한 경제 타격, 대미 전략 차질”…김정은 딜레마

입력 2020-02-11 17:01 수정 2020-02-11 19:0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설 당일인 지난달 25일 삼지연극장에서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관람객들에게 손 흔들며 인사하고 리설주가 옆에서 박수 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호홍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10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김정은 위원장의 딜레마’ 보고서를 통해 “사태 장기화로 차단과 통제 위주의 방역 활동이 오래 지속될 경우 기초 체력이 취약하고 중국 의존도가 높은 북한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정면돌파전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변화를 압박하려 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대미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해 북한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면, 장기전 채비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압박해 양보를 받아내려는 북한의 대미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미국에 맞서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이러한 비상 국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차단’과 ‘자력갱생을 통한 제재국면 돌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내 관리 측면에서는 ‘통제’와 ‘동원’의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노역을 최대한 동원해야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을 위해서는 주민들의 활동을 통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한 사진으로, 북한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 종합진료소에서 관계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자력갱생을 위해서는 주민들을 대규모로 적극 동원, 각종 사업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위험에 취약한 북한 입장에서는 대규모 동원에 애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대중 관계 측면에서는 ‘차단’과 ‘교류’의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에서 발원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인적·물적 교류를 차단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절대적인 북한인데, 신종 코로나 차단을 위해 중국과의 모든 교류를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대중 교류 차단은 북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의료·방역 체계가 부실한 북한은 신종 코로나 확산 조짐이 보이자 지난달 말 국가 비상 방역체계를 선포하고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 당국은 신종 코로나 유입 차단을 위해 북·중 국경 폐쇄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 입국을 금지했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가동도 중단하는 등 초강수를 연일 꺼내들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