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진 킴벌리의 심장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입력 2020-02-11 16:21
채널A 아이콘택트 캡쳐.

채널A ‘아이콘택트’가 국내 최초로 장기기증 유가족과 이식인 간의 눈맞춤을 공개했다.

10일 방송된 채널A ‘아이콘택트’에서는 4년 전 딸을 떠나보낸 어머니 이선경씨가 눈맞춤 신청자로 나섰다.

이씨의 18세 딸 김유나양은 2016년 미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상태에 빠졌다. 어머니 이씨는 “의미 있게 딸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장기 및 조직 기증을 결정했다. 이후 27명이 김유나양의 장기와 조직을 기증받았다.

눈맞춤을 앞둔 이씨는 “장기가 모두 적출된 딸을 보며 ‘엄마, 아빠가 잘못 생각한 거라면 꿈에서라도 말해달라’고 빌었다”며 당시의 아픔을 회상했다.

현행법상 한국에서는 장기 기증자의 유가족과 이식인의 교류가 금지돼 있지만, 김유나양은 미국에서 장기기증을 했기 때문에 만남이 가능했다.

이식인 27명 중 이씨가 만나고 싶다고 신청한 상대는 김유나양의 왼쪽 신장과 췌장을 이식받은 킴벌리였다.

당시 19세였던 킴벌리에 대해 이씨는 “비슷한 또래 아이가 장기를 받았으니 그 아이를 통해 유나를 느끼고 싶어 눈맞춤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채널A 아이콘택트 캡쳐.

어머니와 함께 미국에서 온 킴벌리와 눈맞춤 방에서 만남이 이뤄지자 이씨는 눈물을 참으며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고 킴벌리는 감사와 애정의 눈으로 이씨를 바라봤다.

눈맞춤 후 킴벌리는 “두 살 때부터 앓던 당뇨가 나았고, 얼마 전 결혼도 했다. 모든 것이 유나 덕분”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킴벌리의 어머니는 “당신은 딸을 잃었고 그 아이가 우리 딸을 구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흐느꼈다. 이씨는 “킴벌리가 유나의 장기를 소중하게 여기며 아프지 말고 미안해하지도 말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장기기증 서약을 후회하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저는 유나를 보내고 얼마 안 돼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며 “건강해진 킴벌리를 보니 더욱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대답했다.

채널A 아이콘택트 캡쳐.

이어 이 씨는 마지막으로 “유나를 느낄 수 있게 건강해진 킴벌리의 심장 소리를 듣고 싶다”고 부탁했고 킴벌리는 이식받은 신장과 췌장의 위치를 알려주며 다가가 두 사람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이 모습을 본 킴벌리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제 아이가 당신의 아이입니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이후 세 사람은 동백나무를 함께 심으며 다시 한번 장기기증이라는 큰 선물을 건넨 김유나양을 기억했다.

채널A ‘아이콘택트’는 매주 월요일 오후 9시50분에 방송된다.

김현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