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둘 방임치사·암매장한 20대 부부…아동수당은 꼬박꼬박 챙겼다

입력 2020-02-11 15:53
게티이미지뱅크

자녀 3명 중 2명을 방임해 숨지게 하고 사망한 두 자녀를 암매장한 20대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세 자녀를 장기간 방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텔과 원룸 생활을 전전하면서 아이들을 전혀 돌보지 않았던 이들 부부는 둘째의 사망 사실을 숨긴 채 양육·아동수당을 수년간 챙겼고, 셋째 아이는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 원주경찰서는 자녀 2명을 방임해 숨지게 한 20대 남편 A씨와 아내 B씨에게 아동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 치사)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부부는 2015년 첫째 아들 C군(5)을 출산하고 2016년 둘째 딸을 낳았다. 부부는 C군과 둘째 딸을 원룸에 둔 채 방임 학대했고 결국 C군의 여동생은 태어난 해 가을 사망했다.

둘째 딸 사망 이후 부부는 2018년 여름 C군의 남동생을 출산했으나 셋째아들마저도 제대로 돌보지 않아 작년 여름 사망했다. 심지어 셋째 아이는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경찰은 C군의 여동생과 남동생이 부모의 방임 속에 사망한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부부는 일용직으로 근근이 생활해왔으며 매월 20만∼40만원가량 지급되는 C군과 둘째 딸의 양육·아동수당으로 생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둘째딸이 사망한 이후에도 이를 숨긴 채 둘째딸의 아동수당을 수년간 지급받았다. 경찰은 둘째딸 사망 이후에도 이들이 3년간 매월 10만∼20만원씩 총 700만원 상당의 양육·아동수당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A씨 부부는 경찰에 “집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보니 아이가 숨져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부부의 자녀 2명 방임치사사건은 경찰청과 보건복지부가 작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간 실시한 ‘2015년생 만 3세 아동 소재·안전 전수조사’ 과정에서 덜미를 잡혔다.

조사 대상인 C군의 소재 확인에 나선 지자체는 C군의 방임 의혹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A씨 부부를 상대로 아이들의 소재를 추궁했다. 부부가 “둘째는 친척 집에 가 있다”고 얼버무리는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추궁 끝에 둘째 딸의 방임 사망을 확인했다.

이어 출생 신고되지 않은 셋째 아들의 존재까지 확인했고 재차 추궁한 끝에 사망한 두 아이를 매장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최근 A씨의 친인척 묘지 인근에 매장된 숨진 영아 2명의 시신을 찾아냈다.

발견된 영아들의 시신은 백골 상태여서 정확한 사인 규명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첫째의 아동 학대 의혹 사건을 수사 중 둘째와 출생 신고되지 않은 셋째의 사망까지 밝혀낸 사건”이라며 “숨진 영아들의 사인과 방임 학대가 더 있는지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최희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