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번 ‘14일 잠복기’ 미스터리…3번 환자 접촉 17일 뒤 확진

입력 2020-02-11 15:12 수정 2020-04-22 16:33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28번 환자(30세 여성·중국인)가 잠복기 14일을 넘겨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이 병의 잠복기가 14일이 맞느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11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국내 신종코로나 28번째 환자가 된 중국인 여성은 지난달 26일 이 병의 확진 판정을 받은 3번 환자(54세 남성·한국인)의 지인이다.

지난달 20일 중국 우한에서 3번 환자와 함께 입국한 28번 환자는 3번 환자가 26일 확진 판정을 받은 직후 그날부터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 격리 상태로 지냈다.

자가 격리 중 28번 환자는 열이 나지 않았고 다른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격리 해제 시점을 앞두고 방역 당국이 지난 8일 검사를 했을 때 양성과 음성의 경계 값이 나왔다. 9일과 10일 두 차례 재검사한 결과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자가격리 기간 함께 거주했던 그의 접촉자는 음성이 나왔다.

방역 당국은 28번 환자가 3번 환자와 밀접 접촉했으므로 그에게서 감염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접촉한 지난달 24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더라도 17일이 지나 확진 판정을 받은 게 된다. 통상 14일로 알려진 잠복기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방역 당국은 그렇지만 28번 환자 사례를 잠복기 14일 이후 발병으로 확정하지 않고 있다. 경미한 증상이 있었는데 환자 본인이 느끼지 못해 뒤늦게 검사를 통해 감염 사실이 발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은경 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환자의 경우 코로나바이러스와 관계없는 의학적 처치를 받고 1주일 정도 항생제와 진통소염제를 복용해 주관적으로 증상을 인지하기 어려웠거나 증상이 숨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날 중국에서 신종코로나의 잠복기 범위가 0~24일이라는 연구 결과가 보도돼 14일 잠복기에 대한 의구심이 한편에서 일고 있다. 중국 과학망에 따르면 중국의 호흡기 질병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가 이끈 연구진은 최신 논문에서 신종코로나의 잠복기는 중간값이 3.0일이며 범위는 0∼24일이라고 밝혔다.

방역 당국은 14일을 넘어선 발병의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려면 추가 정보와 전문가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 본부장은 “28번 환자 사례는 격리 입원 이후 경과와 바이러스의 변화, 임상 증상 변화 등에 대한 전문가의 판단을 거쳐 감염경로 해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성에 대해서는 계속 열어두고 이런 예외적인 사례나 추가적인 정보, 지식이 쌓이게 되면 계속 지침과 대책을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논문에 관해선 “해당 논문은 전문가 리뷰를 거쳐 정식 발표된 논문이 아니고 초고 형태로 제출된 것”이라며 “저자들도 정보 수집이 불충분하다는 등 연구의 제한점을 언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