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 취임 후 처음으로 인도를 찾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중국 견제라는 측면에서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미국과 인도는 트럼프 대통령 방문을 기회로 삼아 끈끈한 밀월 관계를 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400만명에 달하는 인도계 미국인의 표심을 얻겠다는 속내도 있다.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오는 24~25일 인도를 방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리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는 뉴델리와 함께 모디 총리의 고향 아마다바드를 방문할 것”이라며 “아마다바드는 인도 독립운동 지도자로서 마하트마 간디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리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지난 주말 통화에서 이번 방문이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미국과 인도 양국 국민 간 탄탄하고도 끈끈한 유대 관계를 재확인할 것이라는 데 뜻을 함께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미국·인도 관계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중국 견제 성격이 짙은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핵심 파트너로 인도를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후임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오바마 행정부보다도 훨씬 공세적인 대중(對中) 정책을 추진하면서 인도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 기존의 ‘아시아·태평양’ 용어를 ‘인도·태평양’으로 수정해 인도양과 인도의 중요성을 부각한 바 있다.
인도 역시 모디 총리 집권 이후 미국의 손짓에 적극 화답하고 있다. 전임자인 만모한 싱 총리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보다 중시하면서 중국을 직접 견제하는 모양새를 회피하는 태도를 취했다. 반면 모디 총리는 중국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 출범 이후 공세적인 외교노선을 취한 데 대응하기 위해 미국, 일본 등과 적극적으로 공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후사인 하카니 전 주미 파키스탄대사는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인도는 거대한 세력경쟁 시대에 미국이 가장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며 “20세기 영국이 미국의 파트너로서 유럽에서 역할을 했던 것처럼 21세기 인도는 아시아에서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밀란 바이슈나브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인도는 중국의 공격적 행동에 대응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최근 보인 바 있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26억 달러(약 3조800억원) 규모의 미국산 무기 구매 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모디 내각은 록히드마틴사의 해상 헬기인 MH-60R 시호크 24대 구매를 향후 2주 안에 확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인도의 대규모 미국산 무기 구매는 미국과 탄탄한 전략적 유대를 맺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인도계 미국인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모디 총리와의 개인적 친분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지난해 9월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인도계 미국인 5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텍사스인디아포럼 행사장에 깜짝 등장해 ‘브로맨스’를 과시한 바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