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히트작 ‘이태원 클라쓰’의 예견된 흥행

입력 2020-02-11 14:10 수정 2020-02-11 14:11
JTBC 제공


JTBC ‘이태원 클라쓰’의 흥행은 일면 예정된 일이었다. 원작 웹툰이 누적 뷰 2억회를 넘긴 메가 히트작이어서다. 박서준 김다미 등 스타들까지 기용한 극은 4회 만에 10%(닐슨코리아) 고지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이런 흥행세에는 유별한 면이 있다. 그간 엉성한 만듦새로 픽픽 쓰러진 인기 웹툰의 리메이크작이 부지기수였다. 그렇다면 이 극의 어떤 매력이 많은 시청자를 불러모으고 있는 걸까.

원작의 줄기를 따라가는 극은 서울에서 가장 트렌디한 공간으로 여겨지는 이태원에 포차를 차린 청년들의 얘기를 그린다. 주인공은 강직함의 대명사 박새로이(박서준). 소신을 지킨 탓에 재벌에게 밉보여 살인미수 전과자까지 된 그는 원양어선 등을 전전하면서도 꺾이지 않고 재벌가를 무릎 꿇릴 계획을 실현해나간다. 이태원 클라쓰는 결국 신념을 접게 했던 권위적 사회 시스템에 지친 시청자의 답답하고도 억울한 마음을 조준한 극인 셈이다. 여기에 따분한 삶에 지친 천재 소시오패스 이서(김다미), 아픈 과거를 지닌 개인주의자 수아(권나라) 등 방황하는 청춘의 다채로운 군상들이 담겨 생생함을 더한다.

그렇다고 원작 힘에만 기댄 작품은 아니었다. 손현주 유재명 등 굵직한 배우들의 호연이 초반 몰입감에 큰 힘이 됐지만, 원작에 살붙인 각색이야말로 인기의 주요 요인이었다. 원작에 이어 극본을 쓴 광진 작가는 “웹툰 집필 때 마감에 쫓겨 서사적으로 아쉬움이 많았다”며 “스토리를 보완하고 소모적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살리는 데 신경을 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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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프레임을 그대로 옮긴 극은 어색하기 마련이다. 새로이처럼 극적 인물이 많이 등장하는 이태원 클라쓰라면 더 그렇다. 극은 만화엔 없던 대사와 수아 등 인물의 서사를 폭넓게 추가해 실재감 넘치는 이야기들로 재구성 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그간 ‘운빨로맨스’ 등 많은 웹툰 기반 극이 만화의 과장된 톤을 녹이지 못해 고전했다”며 “이태원 클라쓰의 풍성한 각색은 쏟아지는 웹툰 드라마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했다.

별도 작가가 각색하는 여타 작품과 달리 원작자가 집필했다는 점도 흥행 포인트다. 이태원 클라쓰로 처음 드라마 제작에 뛰어든 영화 배급사 쇼박스 관계자는 “만화의 재미를 이어가는 데 캐릭터와 스토리를 구상한 원작자만 한 사람이 없을 것 같아 제안이 이뤄졌다”고 배경을 전했다. 재기발랄한 만화 톤을 정갈하게 다듬은 연출도 두드러지는데, 소용돌이 치는 성열(손현주)의 교통사고 장면 등 감각적 시퀀스도 때로 녹아든다.

이 모든 이야기를 근저에서 튼튼히 받치는 건 물론 배우들이다. 기획 단계부터 원작과 높은 싱크로율로 소문났던 박서준은 안정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드라마 데뷔전을 치른 김다미도 인상적이다. 극의 핵심 인물인 이서를 한층 강렬한 캐릭터로 되살려냈다. 웹툰 드라마의 약점은 줄거리와 결말이 얼마간 공개돼 있다는 점이겠다. 원작이 그랬듯 굵직한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장면들로 시선을 붙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광진 작가는 “만화를 연재하며 팬들이 어디서 열광했는지, 좋게 봐주셨는지에 대한 통계가 있다. 그런 점이 강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