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의 낡은 주택·상가 밀집지인 구의역 주변이 ‘5G(5세대 통신) 테스트베드(시범공간)’로 탈바꿈한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5G 핵심서비스 개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이곳에서 신사업을 개발·시험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구의역 주변 18만㎡에 대한 도시 재생사업에 착수한다고 11일 밝혔다. 이 지역은 2017년 3월 서울동부지방법원이 송파구로 이전하면서 지역 경기가 침체 돼 재생사업 필요성이 커졌다.
이 지역을 5G 테스트베드로 만들기로 한 건 인접한 자양1구역 KT 부지에 ‘첨단복합업무지구’가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복합업무지구에는 31층 규모의 업무빌딩과 34층 규모의 호텔 및 오피스텔, 대규모 문화공원, 1363세대의 아파트, 18층 규모의 광진구 통합청사, 행정·상업·업무·주거를 아우르는 복합타운 10개동이 조성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런 지리적 이점을 내세워 5G 스타트업과 창업가들을 구의역 주변에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5G 스타트업들은 구의역 주변 5~10층 규모 상가 사무실로 입주하게 된다. 단 구체적으로 어떤 5G 서비스에 특화할지는 내년 용역 결과에 따라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조성된 마포구 상암동 5G 테스트베드가 벤치마킹 대상이다. 상암동은 5G 네트워크, 스마트 도로(C-ITS), 관제플랫폼 등 5G 기반 자율주행 인프라를 완비해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커넥티드카 시험 주행이 가능하다. 터널, 회전교차로 등 다양한 도로 유형을 갖춰 도심 자율주행 테스트의 최적 입지로 평가받는다.
서울시는 5년간 마중물사업비로 200억원을 투자한다. 아울러 중앙부처 협력사업과 자치구 사업, 민간투자사업이 유입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구의역 뒤편 저층 주거지에 대한 주거환경 개선방안을 함께 마련한다. 촘촘한 단독주택 사이 골목길을 밝고 깔끔하게 정비하고, 복지시설을 마련한다.
아울러 침체한 ‘음식문화거리’를 활성화‧명소화하기 위한 인프라 확충 방안을 수립한다. 임대인, 임차인, 주민 등이 참여하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상생협의체’도 만든다.
서울시는 내년 7월까지 관련 용역을 마치고 같은 해 9월 마중물사업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용역 수립 과정에서 계획을 총괄 기획‧조정하는 ‘총괄 코디네이터’를 위촉하고, 도시재생 거점공간인 ‘현장지원센터’를 설치한다.
이번 사업은 개발이 집중된 강남과 재생사업이 활성화된 강북 사이에 끼어 그동안 개발에서 소외된 광진구에서 시행되는 첫 재생사업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사업지가 광진구 내에서도 번화가인 건대입구역과 강변역에 치여 개발에서 소외돼온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