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단체 대표 “기생충은 미국 선거에 공감 일으키는 내용”
미국 주식시장 호황이지만 소득불평등은 심화
미국인 40%, 예상치 못한 400달러 지출 감당 능력 안 돼
“트럼프도 기생충 주제를 활용하면서 지난 대선에서 승리”
워싱턴포스트, 기생충 수상 소식 전하며 “오스카 충격”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올해 11월 3일 미국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BC는 ‘기생충’이 9일 열렸던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최고 권위인 작품상을 포함해 감독상과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한 사실을 소개했다.
CNBC는 이어 기생충이 부자들의 호화로움·풍요와 가난한 사람들의 곤경·불결한 상태를 나란히 놓으면서 부자와 가난한 자들의 긴장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기생충이 제기한 문제가 미국의 빈부 격차를 환기시켰다고 전했다.
CNBC는 기생충의 주제를 악화되는 미국의 소득 불평등에 대입했다. 기생충이 다룬 소득 불평등 문제가 미국 대선을 관통할 이슈라는 것이다.
미국의 주식시장은 역사상 최장기 호황을 이어가고, 노동시장의 일자리 창출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지만, 미국의 소득 불평등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심각하다고 CNBC는 지적했다.
미국 소비자단체인 ‘컨슈머 와치독(Consumer Watchdog)’의 제이미 코트 대표는 CNBC에 “기생충의 주제는 실제로 미국 선거와 경제에 공감을 일으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코트 대표는 이어 “항상 (빈부) 격차는 있었지만 이렇게 깊지 않았고, 이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30년 동안 전체 미국인들의 소득을 분석하면 부자들의 수입은 현저하게 늘어났다. 가장 부유한 400명의 미국인 수입은 2.96조 달러(3511조원)으로 추산된다. 미국 최고 부자 400명의 수입은 재산 규모에서 하위 60%를 차지하는 미국 성인 1억 5000만명의 전체 수입보다 많은 실정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미국인들의 약 40%가 예상치 못한 400달러(47만원)의 지출을 감당할 능력이 안 된다고 밝혔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미국은 부자나라지만, 점점 미국은 부를 독점한 매우 소수 시민의 부자나라가 되고 있다”면서 “젊은 미국인과 광범위한 중산층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가난한 사람들과 중산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소득 불평등을 개선할 정책들을 들고 나왔다. 많은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부자들한테만 세금을 걷는 ‘부유세(wealth tax)’와 상속세 인상을 제안했다. 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선 의료보험 확대, 전면적인 탁아 복지제도, 대학생 등록금 대출 무상 상환 등의 공약을 꺼냈다.
CNBC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경제 불안심리를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코트 대표는 CNBC에 “트럼프 대통령도 부분적으로 기생충의 주제를 활용하면서 지난 대선에서 승리를 거뒀다”면서 “진보 성향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기생충의 주제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도 10일자 1면 하단에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4관왕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오스카 충격, 한국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