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난해 10월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결렬 이후 좌절감”
“트럼프 재선 캠프, 북한 문제 올해 대선에 결정적 이슈 아냐”
“북·미 협상 재개로 얻어질 이득보다 그 위험이 월등하게 높아”
“트럼프 행정부, 한반도 근무 美외교관에 명확한 지침 주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최고위 외교정책 참모들에게 오는 11월 3일 실시될 미국 대통령 선거 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미 정상회담을 갖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CNN방송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지난해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북한의 비핵화 달성을 위한 외교가 허우적거리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에 집중하면서 북핵 이슈에 관여하려는 욕구도 시들해졌다고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소식통들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던 북·미 실무협상도 결렬된 것과 관련해 지난해 연말 좌절감을 드러냈다고 CNN에 전했다. 당시 미국 협상대표들은 북한이 “미국이 빈손으로 왔기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고 선언하기 전까지는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고 CNN은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노력에 정통한 한 당국자는 (북·미) 협상은 “죽었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 정부가 북한 여행을 위한 ‘특별여건 허가증’ 발급을 완전히 중단했다고 덧붙였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운동 캠프에서 일하는 인사들은 북한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대선에서 승리하는데 결정적인 이슈가 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행한 국정연설에서 취임 이후 처음으로 북한을 거론하지 않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내부 핵심 세력들은 미국 대선 전에 북한과 합의를 추진하는데 별다른 욕구가 없다고 한 당국자는 CNN에 전했다. 북·미 협상 재개로 얻어질 잠재적 이득보다 그 위험이 월등하게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를 선제적으로 완화하기 전까지 북·미 대화에 흥미가 없는데, 미국의 제재 완화가 먼저 이뤄지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고 이 당국자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1월 8일)을 맞아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지만 지난 몇 주 동안 북한에 대한 그의 공개적인 언급은 크게 줄어들었고, 최근에는 김 위원장에 대한 트위터 글도 올리지 않았다고 CNN은 설명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대화에 대한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북·미 대화에서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스탠스를 계속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5일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미국은 미국 내 정치일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과 상관없이 북·미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도 부장관으로 승진했지만 여전히 대북 특별대표직을 유지하며 실무협상 재개에 전념하고 있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실무급 외교관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더 이상 추가 북·미 정상회담을 갈망하지 않다는 사실을 명확히 전달받았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합의도 이뤄내지 못하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또 미 의회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정책 접근법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데 대한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반도에 근무하는 미국 외교관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다음 조치에 대한 지침을 알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