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여파로 중국 교포와 중국인들이 많은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 인력시장에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일을 찾는 사람은 물론 일할 사람을 구하는 업소도 대폭 줄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직업소개소들은 새벽시간대에 아예 문을 닫고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10일 새벽 직업소개소가 몰려 있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를 찾았다. 둘러본 직업소개소 14곳 중 문을 연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평소 이 지역은 새벽 4시~6시 사이 단기·일용직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붐볐지만 이날은 썰렁하고 삭막하기만 했다. 출근시간대인 오전 8시쯤 직업소개소 3곳이 문을 열었으나, 여전히 인적은 드물었다.
직업소개소 관계자들은 설 연휴 이후 국내에 신종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일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와 지자체가 중국에 다녀온 사람들을 입국 후 14일간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 업무에서 배제하도록 권고 지침을 내린 것도 영향을 줬다.
A직업소개소 직원 이모(49)씨는 “하루에 보통 중국교포나 중국인을 10~12명가량 연결시켜 줬는데, 요즘은 하루에 한 명도 연결시키지 못하는 날이 더 많다”고 말했다. B직업소개소 직원 김모(60)씨는 “설연휴 전만 해도 근처 소개소들이 새벽에 문을 열었는데, 지금은 일감도 구직자도 없으니까 열지 않는다”며 “일주일 중 월요일에 구직자가 가장 많은데 오늘도 허탕을 쳤다”고 말했다.
식당, 건설현장, 공장 등 일거리를 제공하는 현장에서도 신종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 중국에 다녀온 사람들을 받지 않는 분위기다. 앞으로 최소 한 달 동안 중국 교포나 중국인을 소개해주지 말라는 사장들도 있다고 한다.
이씨는 “일감을 주는 업소의 90% 이상이 중국 교포나 중국인을 안 받는다”며 “초기엔 신종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면서 일을 달라고 호소하는 구직자도 있었지만, 지금은 소개소에 나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씨는 “최근엔 중국과 연관된 사람들을 무조건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대림동 상권도 함께 위축됐다. 중국 교포와 중국인들의 경제 활동이 주춤해지면서 상인들은 매출이 줄었다. 식당, 숙박업소 등에선 중국 교포나 중국인을 고용하지 않거나 단기직으로 전환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칼국수집을 운영하는 권태순(67)씨는 “손님이 평소의 30%도 안 된다. 가게세가 하루 20만원 꼴인데, 어제 28만원을 벌어 직원들에게 돈을 주니 손해였다”며 “최근 직원 한 명을 파트타임으로 바꿨다”고 토로했다. 일주일 전 호프집을 개업한 구윤회(45)씨는 “저녁에도 길거리에 사람이 없다. 큰 맘 먹고 장사를 시작했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고 걱정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감염 예방 차원에서 관련 지침을 내렸고, 현장 점검을 진행 중”이라며 “입국 후 14일이 지나면 다시 직업소개소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