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37) 사건의 1심 심리가 10일 모두 마무리됐다. 고유정에 대한 사형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01호 법정에서 고유정의 결심공판을 열어 변호인의 최후 변론, 고유정의 최후 진술 등 일련의 모든 절차를 마쳤다. 고유정이 지난해 7월 1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지 225일 만이다.
고유정 측과 검찰은 범행동기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특히 전 남편 살인사건의 경우 검찰은 철저한 계획범죄로 봤지만, 고유정은 “전 남편이 성폭행을 시도해 살해한 것”이라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살인범죄에 대한 법원의 양형기준은 범행동기에 따라 ▲참작동기 살인 4∼6년(가중될 경우 5∼8년) ▲보통동기 살인 10∼16년(〃 15년 이상 또는 무기 이상) ▲비난동기 살인 15∼20년(〃 18년 이상 또는 무기 이상) ▲중대범죄 결합 살인 20년 이상 또는 무기(〃 25년 이상 또는 무기 이상) ▲극단적 인명 경시 살인 23년 이상 또는 무기(〃 무기 이상) 등으로 나뉜다.
즉, 전 남편 살인사건에 대해 고유정 측은 참작동기 살인을, 검찰은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을 주장한 것이다.
의붓아들 살인 사건 역시 검찰과 고유정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다. 검찰은 현 남편이 유산한 아이보다 피해자인 의붓아들만 아끼는 태도를 보이자 고유정이 계획적으로 살인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고유정은 검찰의 공소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중이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열린 공판에서 고유정에 대해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검찰은 “피고인 고유정은 아들 앞에서 아빠(전 남편)를, 아빠(현 남편) 앞에서 아들을 참살하는 반인륜적 범행을 저질렀다”며 “두 사건 모두 극단적 인명경시태도에서 기인한 살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성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서 사형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이후 20여년간 사형집행을 하지 않은 실질적 사형제 폐지 국가지만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사례가 종종 있었다.
앞서 중학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어금니 아빠’ 이영학(37)이 지난해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2012년 수원 토막 살인사건의 오원춘(48)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이들은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 불을 질러 5명을 숨지게 하고 17명을 다치게 한 경남 진주시 아파트 방화살인범 안인득도 지난해 11월 27일 1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사형선고를 받았다. 안인득은 이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 2심이 진행되는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우리나라가 실질적인 사형제 폐지국가이지만 고유정이 재판에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어 사형이 내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유정의 선고공판은 일주일 뒤인 20일 오후 2시 열린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