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외교관 중 최고위급인 태영호(사진)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자유한국당 서울 지역 후보로 4·15 총선에 출마한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10일 태 전 공사를 총선 후보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태 전 공사를 서울 지역에 전략공천할 방침이다. 서울 어느 지역구인지는 추가 논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한국당이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며 정권 심판론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태 전 공사를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김형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의를 한 뒤 “목숨 걸고 자유를 찾아온 태 전 공사는 1000만 이산가족과 북한 동포 입장에서 대한민국의 평화통일 물결을 제시하고 국제사회에 당당히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인물”이라며 태 전 공사 영입 사실을 공개했다.
태 전 공사는 한국당 측에 지역구 출마를 요청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탈북민은 주로 비례대표를 했었는데 태 전 공사처럼 지역구에 출마해서 당당히 유권자의 심판을 받겠다고 한 사람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로 있던 2016년 8월 한국으로 망명했다. 탈북한 외교관 중 최고위급 인사의 탈북이었다. 그는 2018년 5월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직을 사퇴했다. 당시 태 전 공사는 “나의 활동이 남북 대화 진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고 소속 기관에 부담을 주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태 전 공사의 경호 문제 등에 대해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당은 지난달 탈북자 출신 인권활동가 지성호 북한인권청년단체 나우(NAHU) 대표를 영입했다. 지 대표는 식량난으로 석탄을 훔치다 열차에서 떨어져 팔과 다리가 절단된 채 2006년 탈북했다. ‘목발 탈북자’로 불렸다. 2018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에서 미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 미국 하원 본회의장에 참석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소개하자 목발을 들어 보여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한국당은 고향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에 대한 공천 문제를 결론내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늦어도 11일까지는 답변을 해오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오는 14∼17일 추가로 지역구 후보자 공천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통합신당 공천을 염두에 두고 추가 공모를 한다는 것이다. 지난 5일 마감된 1차 공천 신청자들은 오는 12일부터 면접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