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2~3주가 고비…최고령 25번 예의 주시해야

입력 2020-02-10 18:10 수정 2020-02-10 18:26
연합뉴스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환자는 추가로 발생하지 않아 기존 27명을 유지했다.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아 온 11번 환자가 완치돼 퇴원할 예정이다. 1, 2, 4번 환자에 이어 퇴원자는 모두 4명으로 늘게 됐다. 방역당국과 전문가 조언을 통해 현재의 국내 확진자 상황과 새로 제기된 궁금증들을 일문일답으로 풀어봤다.

Q: 광둥성 가족 3명의 감염 시사점은.
A: 중국 광둥성을 방문한 51세 한국인 아들(26번째), 37세 중국인 며느리(27번째), 그리고 이들을 국내에서 접촉한 73세 노모(25번째)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광둥성은 중국에서 후베이성 다음으로 감염자가 많이 발생한 곳이다. 다수 감염자가 나온 저장성, 후난성, 해난성 지역에서도 비슷한 유입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이들은 또 ‘가족 간 감염’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가족은 일상에서 1~2m 내 밀접 접촉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기침, 재채기로 인한 비말이나 손 접촉 등을 통한 감염이 많다. 가족 중 의심사례가 있으면 빨리 자가 격리하고 보건당국에 신고해 검사받게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25번째 확진자는 27명(4명 퇴원)의 국내 확진자 중 최고령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고령인 점은 불리한 요소다. 중국 사례를 보더라도 고령자, 당뇨 암 심혈관질환 등 등 기저질환자, 폐렴이 있는 사람이 중증으로 가고 사망 위험 높다. 특히 신종 코로나는 바이러스 폐렴이 폐 양쪽을 침범하고 10%에서 세균성 폐렴이 2차 감염되는게 특징이다. 25번 환자는 기저질환, 폐렴이 없어 건강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걸로 알려지고 있지만 추후 예의 주시해야 한다.

Q: 무증상 감염 계속 논란인데.
A: 지금까지 신종 코로나의 증상을 보면 무증상-경증-중등증-중증-위중 등으로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중국내 감염자 1700명 대상 연구에서 82%는 경증과 중등증 감염, 15%가 중증 폐렴으로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침범하면 잠복기(2~14일, 평균 5~7일)를 거쳐 고열을 시작으로 유증상기-회복기를 거치는데, 잠복기 끝날 즈음(하루, 이틀 전)에 가벼운 ‘전구 증상’이 나타난다. 미열이나 피로 근육통 등이다. 감염자들은 이런 경증 증상이 나타난 시간을 대부분 기억 못한다. 열은 대개는 38도 이상 올라아 자각한다. 검역관도 자세히 물어봐야 얘기할 정도다.
신종 코로나 유증상이라 하면 고열이나 기침, 호흡곤란 등이 전형적 모습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전형적 증상이 있기 전에 미열 등 가벼운 증상이 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는 이런 경증 증상에도 감염력을 갖는 걸로 보인다. 무증상 감염은 아직 과학적 근거가 충분치 않다. 다만 고열이 나기 하루, 이틀 전 전구 증상이 나타날 때 전파력 있는 걸로 보여 방역 및 조사 단계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전구 증상 시기 환자의 동선 파악과 접촉자 추적·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Q: 환자마다 증상이 다른 이유는.
A: 바이러스와 숙주인 사람 면역 시스템의 싸움 결과다. 만일 면역 시스템이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퇴치하면 무증상이고, 면역 시스템이 좀 더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쪽으로 가면 가볍게 앓고 가는 경증 감염이다. 바이러스가 점차 많이 증식되고 면역 시스템이 퇴치 못하면 중증 폐렴으로 가고 사망자도 나오는 것이다. 이 때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도움받아 회복하고 완치될 수 있는 것. 신종 코로나는 현재 공인된 치료제가 없고 에이즈나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된 항바이러스제를 활용하고 있다.

Q: 공기 전염 가능성은.
A: 신종 코로나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급성 호흡기질환이다. 병원 등 특수한 환경이나 상황에 있을 때나 공기 전파가 가능하지, 일상 생활에서는 공기 전염 가능성 없다.
중국 우한에서도 병원 환경에서 다수의 감염자가 나왔다는 보고가 있었다. 메르스 사태 때도 병동이나 응급실 등 밀폐된 공간에서 네블라이저(호흡기 질환에 사용되는 물이나 약물을 입으로 흡입할 수 있도록 분무 형태로 바꿔주는 기구)를 사용하거나 기관지내시경을 할 때 중증 폐렴 환자가 바이러스를 많이 배출해 공기 중 감염된 사례가 있다.
특히 환기 시스템에 문제 있을 경우 비말이 에어로졸 형태로 2m 이상 멀리 날아가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고 N95마스크를 쓰는 이유다. 일반 환경에선 에어로졸 감염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Q: 신종 코로나 사태 언제까지 갈 걸로 보나.
A: 신종 감염병이라 누구도 속단할 수 없다. 중국이 얼마나 철저히 방역하고 통제하느냐에 달렸다. 중국이 일찍 종식시키면 우리나라 등 다른 국가들도 일찍 끝날 수 있다. 국내상황은 중국 후베이성 외 지역과 중국 외 제3국 유입 가능성이 여전히 크고, 그로 인한 접촉자들의 감염, 지역사회 확산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방역의 빈틈을 잘 메우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2~3주가 고비다.

Q: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필요성은.
A: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국가 방역강화대책 중 하나로 거론된 게 전국 권역별로 5곳의 감염병전문병원을 세우는 것이었다. 현재 국립중앙의료원과 조선대병원 2곳이 지정돼 있다. 다만 조선대병원은 지정만 됐을 뿐 개원은 아직 못하고 있다. 지금 당장 감염자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메르스때 가장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환자가 늘면서 음압 유지 격리 병상이 필요했는데, 부족했다는 것이다. 당시 격리치료병상은 110개 정도였다. 5년이 지나 신종 코로나 사태를 맞았는데도 실제 활용 가능한 감염병 전문병원이 1곳밖에 없어 아쉽다. 지금까지 발생한 감염자들은 지정된 국가 입원치료병상에서 격리치료를 받고 있지만 향후 환자가 늘면 어느 순간 포화 상황이 올 수 있다. 과거를 교훈 삼아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