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명이냐, 권한남용이냐.’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촉발된 금융감독원과 우리금융지주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11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우리은행장 후보를 선정한다. 지난달 30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문책경고) 결정을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연임을 그대로 밀고 간다는 뜻을 강하게 표명한 것이다. 손 회장은 ‘은행장 겸직’을 떼고 회장을 연임할 예정이다. 은행장 후보를 정한다는 건 원래 계획대로 하겠다는 의미다. 우리금융 측은 금융위원회가 임직원 및 기관 중징계 결정을 최종 통보하면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감독 대상인 우리금융의 항명에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10일 “제재심에서 적법한 절차와 심의를 거쳐 결정한 내용을 은행 측이 여러 방향으로 문제 삼는 건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제재심에서 8명의 위원이 만장일치로 결정했는데도 ‘잡음’이 커지는 걸 두고 반발 목소리도 높다. 금감원이 2018년 10∼11월 이뤄진 우리은행 직원들의 휴면계좌 비밀번호 무단도용 사건을 최대한 빨리 제재심에 올리기로 한 것도 우리금융과 손 회장을 압박하려는 수단이란 게 금융권 안팎의 해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DLF 사태의) 기관 제재 부분이 금융위로 넘어오면 오해받지 않고, 금융위 결정이 다른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시간 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외국계 금융회사 대표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손 회장의 연임 강행 움직임에 대해선) 우리금융 이사회가 ‘금융위 결정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한 정도만 알고 있다”며 “우리는 주어진 시간 내에 우리의 일을 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DLF 제재심에서 금융위를 ‘패싱’했다는 지적에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금융사에 대한 기관 중징계는 금융위 의결이 필요한 반면, 금융사 임직원의 경우 문책경고까지 금감원장 전결로 절차를 마무리한다. 금감원이 임직원 제재 수준을 문책경고로 적용해 금융위를 고의로 건너뛰었다는 게 ‘패싱 논란’을 둘러싼 시선이다.
한편 우리금융은 11일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 선정 작업을 끝낸다. 그룹임추위는 지난달 말 숏리스트(압축 후보군)에 오른 3명(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집행부행장(부문장), 이동연 우리FIS 대표)을 면접했지만, 손 회장이 DLF 사태로 중징계 결정을 받자 선정 절차를 중단했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