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규제에도’ 집값 상승률, 금융비용 증가율의 4배

입력 2020-02-10 16:58 수정 2020-02-10 17:59

지난해 4분기 아파트 매매에 따른 금융비용 상승률이 실거래가격 상승률의 4분의 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하에 따른 결과로 아파트 매입에 우호적인 환경이 유지되고 있어 서울의 경우 실거래가격까지 하락하면서 금융비용이 감소하는 추세임을 의미한다.

10일 직방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를 가정해 아파트 구입 연간 금융비용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2019년 4분기 금융비용은 380만원으로 전분기 377만원 대비 0.9%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평균 실거래가격은 3억7031만원에서 3억8556만원으로 4.1% 상승해 오름폭이 훨씬 컸다. 결국 거래가격 상승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었던 셈이다.

이는 정부의 각종 규제에 거래절벽이 이어져도 신고가가 끊임없이 등장할 수 있는 배경이자 갭투자 가능한 이유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가 대출규제를 더욱 강화시켜 고가 주택에 대한 자금 유입경로를 옥죄고 있지만 낮은 자금조달 비용이 유지되고 있고, 전세를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이에 투자 수요가 비규제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분기 서울의 평균 거래가격 하락과 반대로 경기에서는 거래가격이 상승한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아파트 매입에 따른 금융비용 시뮬레이션 결과 서울은 금융비용 부담이 3분기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이상 주택 매입의 대출규제를 더욱 강화시켜 고가 주택에 대한 자금 유입경로를 옥죄고 있지만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낮은 자금조달 비용이 유지되고 있고, 전세를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어서 비규제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런 매매시장 흐름이 이어진다면 2007년 가격 상승이 나타난 속칭 ‘노도강’과 ‘경기동북권’ 등 중저가 아파트 시장의 가격 급등 현상이 올해 재현될 수 있다”며 “규제지역 외 시장 불안 현상에 대한 모니터링과 가격 안정을 위한 선제적 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매매시장 압박으로 전세 및 월세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 지역 원룸의 평균 월세가 두 달 연속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용면적 33㎡ 이하 원룸 등록매물의 보증금을 1000만원으로 일괄 조정해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서울 평균 월세는 55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53만원, 지난달 55만원으로 두달 연속 올랐다.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도 54만원으로 2019년 7월 이후 최고 시세를 기록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