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site’ 뒤덮인 외신들 “역사 썼다”… 中·日은 부러움 목소리

입력 2020-02-10 16:17 수정 2020-02-10 17:33
BBC, CNN, NHK, 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이 웹사이트에 한국 영화 '기생충'의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 수상을 전했다.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BBC, CNN, 가디언, NHK 웹사이트 캡처

한국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영화로는 사상 처음으로 최고 권위인 작품상을 수상하자 주요 외신의 웹사이트는 ‘Parasite’(기생충) ‘Historic’(역사적) 단어로 뒤덮였다. 외신들은 일제히 “기생충이 역사를 썼다”고 전하며 백인·남성·영미권 중심의 오스카가 새로운 시대(new era)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한국 영화의 오스카 수상을 축하하며 부러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9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국제(외국어)영화상, 감독상, 각본상까지 4관왕을 달성했다. 주요 외신들은 사상 첫 비영어권 영화의 작품상 수상을 평가했다.

CNN웹사이트 캡처

AP통신은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 92년 역사상 처음으로 비영어권 영화로 작품상을 수상했다”며 “세계의 승리(a win for the world)”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외국어 영화가 마침내 오스카라는 산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CNN방송도 “오스카가 오늘밤 역사를 썼다”며 “이 한국 영화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최초의 비영어 영화”라고 추켜올렸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들은 ‘기생충’으로 와글와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NYT는 오스카가 지나치게 백인중심적(#OscarsSoWhite)이라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투표 다변화 압박을 받은 점이 ‘역사적인 승리’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NYT는 또 기생충 연기자들이 대부분 아시아인임을 언급하며 “아카데미 시상식이 포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가디언 웹사이트 캡처

기생충의 수상으로 오스카가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필 호드는 “기생충의 놀라운 수상은 ‘잘난 체하고 LA(미국)중심적’이던 오스카가 마침내 외국어 영화에 활짝 문을 열게 된 것을 의미한다”며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은 오스카를 위한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게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오스카 수상이) 봉준호에게 의심할 여지없이 큰 사건이지만 오스카에는 훨씬 더 큰 일”이라고 말했다. 그간 백인·남성·영어권 중심이라고 비판받아온 오스카가 “영화에 대한 광범위한 정의를 수용함으로써 20년간 포기했던 영화계 주류적 권위를 되찾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봉 감독이 지난해 “오스카(아카데미)는 국제영화제가 아니지 않나. 매우 ‘로컬’(지역적)이다”라고 한 말도 전했다.

아시아 국가들도 일제히 기생충의 수상 소식을 전했고, 축하와 부러움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본 NHK방송은 “미국 영화계 최고의 영예인 아카데미시상식에서 한국 영화 기생충이 가장 중요한 작품상을 수상했다”며 “외국어(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아사히는

중국 신경보도 “기생충이 한국 영화의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봉 감독을 극찬하며 “한국 영화에 축하를 보낸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는 중국 내의 검열 등 표현의 자유 문제를 비판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은 영화 미국 영화 ‘밤쉘’로 분장상을 수상한 일본계 미국인 카즈 히로를 중심으로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수상 후 기자회견에서 ‘일본에서의 경험이 수상에 영향을 미쳤는지’ 묻는 질문에 “이런 말하긴 좀 미안하지만, 나는 일본을 떠나 미국인이 됐다”며 “일본 문화가 싫어졌고 꿈을 이루기 어려웠기 때문에 여기(미국)에 살고 있다. 미안하다”라고만 대답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