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시 흉물 ‘거미줄 전선’ 40곳 사라진다

입력 2020-02-10 15:35
전선 지중화 공사 전 서울 은평구 응암오거리 위로 '거미줄 전선'이 어지럽게 얽혀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의 도시 흉물 ‘거미줄 전선’ 40곳이 철거된다. 개발 낙후 지역과 역세권, 관광지 주변 왕복 4차선 이상 차로를 따라 세워진 전봇대가 철거되고 전선이 땅으로 묻힌다. 앞으로 20년 뒤면 서울 간선도로에서는 거미줄 전선을 아예 찾아볼 수 없을 예정이다.

서울시는 공중에 거미줄처럼 얽힌 지상 전선을 지하로 묻고 길가의 전봇대를 없애는 전선 지중화 사업을 올해 40곳에서 시행한다고 10일 밝혔다. 길이로는 서울 내 지중화가 가능한 구간 945㎞ 가운데 29.32km(3%)에 해당한다. 서울시는 지중화 비율을 10년 뒤 94%, 20년 뒤 10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단 간선도로가 아닌 골목길(이면도로) 거미줄 전선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도로 폭이 4m 이상으로 넓은 데다 각종 건축물이 없는 간선도로와 달리 좁고 복잡한 이면도로는 지중화 공사가 불가능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재개발 사업이 아닌 이상 골목길까지 지중화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간선·이면도로를 아우른 서울 전역의 지중화율은 현재 59.75%다. 올해 사업이 끝나면 이 비율이 60.03%까지 소폭 오를 예정이다. 15년 전 지중화율은 48.7%에 불과했다.

올해 지중화 사업은 낙후 지역에 우선순위를 뒀다. 지중화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서울 동북권(20곳)과 서남권(8곳)이 공사 대상 40곳 가운데 28곳(70%)을 차지한다. 길이로 보면 총 29.32km 중 동북권(13.66km), 서남권(6.73km)이 약 69%를 차지한다.

특히 종로구 숭인·창신 주거환경개선지구 일대 간선도로변과 강북구 수유역, 강서구 가곡초등학교 주변이 크게 개설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건대입구역 등 역세권과 가로수길 등 관광지가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서울시 지중화 사업은 올해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대대적으로 ‘걷기 좋은 거리 조성’ ‘관광도시 육성’에 나서면서 거미줄 전선을 없애야 할 이유가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 사업 구역은 지난해 12곳(7.87km)에서 4배 가까이 늘었고 예산은 지난해(458억)보다 약 3배 이상 늘어난 총 1499억원이 책정됐다. 서울시는 “지중화 사업은 안전·보행 불편·도시 미관과 직결된 문제”라며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지중화 사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시(25%), 자치구(25%)와 함께 사업예산의 50%를 부담하는 한국전력공사의 지속적인 협조 여부가 변수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전도 서울의 지중화 필요성이 높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다”며 “기존 서울시 예산 규모를 늘려서라도 지중화 사업을 서두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선 지중화 공사 후 서울 은평구 응암오거리 모습. 서울시 제공

전선 지중화 공사 전 서울 도봉구 도봉로의 모습. 서울시 제공

전선 지중화 공사 후 서울 도봉구 도봉로 모습. 서울시 제공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