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외에도 세계 영화계를 주름잡은 화제작 여럿이 9일(현지시간) 열린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이 됐다.
가장 화제를 모은 작품은 역시 기생충의 강력한 라이벌로 꼽힌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두 영국 병사의 사투를 그린 영화로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었다.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등을 받은 기생충과는 달리 기술적 부문에서 3관왕을 차지했는데, 음향효과상과 촬영상, 시각효과상을 받았다.
기생충과 1917이 각각 4관왕 3관왕을 차지하면서 다른 작품들은 상을 골고루 나눠 가졌다. 토드 필립스 감독의 영화 ‘조커’ 역시 11개 부문에 오른 기대작이었으나, 음악상 등 2개 부문 수상에 그쳤다. 배트맨의 숙적 조커의 탄생을 현실감 넘치게 그린 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이 작품으로 생애 첫 오스카 남우주연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는 “나는 방황을 많이 했다”며 “과거의 실수를 바로잡고 두 번째 기회를 주는 게 바로 인류애라고 생각한다”며 감사를 전했다. 러네이 젤위거도 영화 ‘주디’로 첫 오스카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는 미술상과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남우조연상 수상자 브래드 피트는 “멋진 일이다. 독창적이고, 절대적으로 영화산업에 필요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덕분”이라며 아카데미 첫 수상을 감격스러워했다. 여우조연상은 ‘결혼 이야기’의 로라 던이 받았으며, 6개 부문에 오른 ‘조조래빗’과 ‘작은 아씨들’은 각각 각색상과 의상상을 수상했다. 다만 세월호 참사를 담아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던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 수상은 아쉽게도 불발됐다.
아티스트들의 화려한 공연이 이어졌다. 래퍼 에미넴이 깜짝 등장해 영화 ‘8마일’의 주제가 ‘루즈 유어셀프’를 불렀다. 레드카펫 행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후보작으로 기생충을 꼽은 빌리 아일리시도 무대에 올랐다. ‘겨울왕국2’의 가수 이디나 멘젤은 9개국의 엘사 배우들과 함께 ‘인투 디 언노운’을 불렀으며, 엘튼 존은 자신의 일대기를 담은 ‘로켓맨’의 OST ‘아임 고나 러브 미 어게인’을 불렀다. 엘튼 존은 이 곡으로 이날 주제가상을 받았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