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4위라는 충격의 성적을 받아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번에는 유권자를 향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유력 대권주자로 손꼽히던 바이든이 민주당 경선 초반부터 위기에 몰리는 모습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9일(현지시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햄프턴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 21세의 여대생에게 “개의 얼굴을 한 조랑말 병정”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아픈 부분인 아이오와 코커스 참패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질문의 당사자인 매디슨 무어는 바이든에게 “내 질문이 좀 심술궂게 느껴질 수도 있다”며 “아이오와주의 결과를 어떻게 설명하실 것인가. 유권자들은 왜 당신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바이든은 이에 “아이오와 코커스라. 코커스에 가본 적은 있느냐”고 되물었다. 무어가 “그렇다”고 답하자, 바이든은 “아니, 당신은 가보지 않았다, 당신은 거짓말하는 개의 얼굴을 한 조랑말 병정”이라고 꾸짖었다.
이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바이든은 예전부터 자신이 여러 차례 한 적 있는 농담이었다고 해명했다. 미 서부극 장르의 아이콘인 존 웨인의 영화에 나왔던 대사로 극중 인디언 추장이 웨인에게 하는 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바이든은 지난 2018년 미 양원 중간선거 때 하이디 하이트캠프 전 민주당 상원의원 지원 유세에 나선 자리에서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의도로 사용한 당시 발언을 여대생에게 다시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미 온라인매체 슬레이트닷컴은 “바이든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어린 여대생에게 ‘개의 얼굴’이라고 말한 것인가라는 비난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무어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을 다치게 하려는 것도, 그에게 모욕을 주려는 것도 아니었다”며 “그의 답변이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슬레이트닷컴은 “한 가지 확실해진 것이 있다”며 “모두가 절반만 기억하는 오래된 서부영화들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머릿 속에 간직하고 있는 사람을 대선 후보로 지명하고 싶은 민주당원들이 있다면 그들에게는 오직 한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고 비꼬았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