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전일빌딩이 시민복합문화센터로 단장돼 광주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다. 옛 금남로1가1번지(금남로길245)에 들어선 이 건물은 1980년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하는 역사적 장소로 5·18사적지 28호로 지정돼 있다.
광주시와 광주도시공사는 “전일빌딩이 ‘전일빌딩 245’라는 새 이름을 얻어 오는 4월 시민들에게 개방된다”고 10일 밝혔다. 건물 명칭은 5·18 당시 계엄군 헬기사격으로 건물 외벽과 10층 천정 등에 남겨진 총탄자국 245개와 새 건물도로명 주소인 금남로245가 일치하는 데 착안했다.
군인들이 시민들을 군화발로 짓밟은 현대사의 굴곡을 간직한 이 건물은 1980년 당시 광주에서 가장 높은 금남로의 랜드마크였다. 1980년대까지 금남로 최고층으로 1962년(광주일보 40년사.1992) 7층으로 지어졌다가 3~4차례 증축을 거쳐 대지면적 2778m², 연면적 1만9321m², 지하 1층, 지상 10층이 됐다. 1952년 창간한 옛 전남일보의 이름을 땄다. 2011년 광주도시공사가 경매로 소유권을 넘겨받은 이후 철거를 추진했다가 “5·18의 역사적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는 5월 단체와 시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안전점검을 하는 과정에서 공실로 방치되던 10층 천정 등에서 헬기사격 탄흔이 발견됐다. 시와 도시공사는 전일빌딩을 보존해 시민들에게 개방하기로 방침을 바꾸고 2018년 하반기부터 484억원을 들여 이 건물을 전면 개·보수했다.
우선 5·18 헬기사격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9~10층은 5·18 기념공간으로 꾸몄다. 계엄군이 시민군을 향해 헬기사격을 하는 시뮬레이션 영상과 당시 언론과 외신기자 증언을 담은 영상도 볼 수 있다. 헬기 탄흔이 집중된 곳에는 유리 스카이워크를 설치해 관람객들이 가까이에서 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크기의 탄피 전시 공간과 함께 천장, 벽, 바닥 곳곳에 남아있는 탄흔에는 일련번호를 붙여놓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016∼2017년 4차례 현장조사를 통해 찾아낸 탄흔은 총 245개다. 외벽 68개, 실내 177개로 실내 탄흔 대부분이 10층에서 나왔다.
기념공간에는 또 광주 도심의 축소 모형과 그 위에 떠 있는 헬기 모형이 마련됐다.
지하 1층~지상 4층의 시민 문화공간에는 전일다실(茶室), 아카이브, 남도관광센터, 전자도서관, 생활문화센터가 들어선다. 지상 5∼7층 문화콘텐츠 창작공간은 영화, 영상, 게임 등을 만드는 문화콘텐츠 기업들이 입주한다. 8층과 옥상은 다목적 강당, 야외공연장, 카페, 정원 등 공용 공간이다.
시는 이 건물의 관리·운영 방안을 규정한 조례도 입법 예고했다. 조례는 15명 이내의 운영자문위를 설치하고 공익적 행사는 일정 사용료를 받고 회의실 등을 빌려줄 수 있도록 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전일빌딩245는 1987년 6·10항쟁, 2017년 촛불혁명 등의 역사적 현장인 동시에 옛 전남도청과 더불어 5·18의 상징성을 가진 대표적 공간”이라며 “광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께 엿볼 수 있는 문화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