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2연속 정규리그 우승’길, 한선수가 이끈다

입력 2020-02-10 14:02
한선수(가운데)가 9일 서울시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5라운드 우리카드와의 경기 중 비예나(오른쪽)에 백토스를 올리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힘들다고 생각하면 더 힘들까봐 뛰는 선수들보다 안 힘들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국가대표 세터 한선수가 2020 도쿄올림픽 예선에서 복귀한 뒤 노련한 토스워크로 대한항공의 상승세를 이끌며 ‘배구는 세터 놀음’이란 말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9일 서울시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5라운드 경기에서 우리카드를 세트 스코어 3대 1(33-31 21-25 25-19 25-19)로 물리치고 6연승에 성공했다. 10연승으로 기세가 좋던 1위 우리카드와 승점(56점)에서도 동률을 이루며 2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대한항공의 중심엔 대표팀에서 복귀한 한선수가 있다. 한선수는 이날도 노련한 경기 운영을 펼쳤다. 치열한 듀스 접전이 펼쳐져 승부의 변곡점이 된 1세트에선 좋은 컨디션을 보였던 안드레스 비예나에 토스를 집중했다. 비예나는 1세트에만 팀 공격의 57.14%를 점유하며 62.5%의 높은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한 세트에만 블로킹 1득점·서브 2득점을 포함해 18득점을 맹폭하는 ‘원맨쇼’였고, 이를 뒷받침한 건 한선수의 유려한 토스였다.

그랬던 비예나는 2세트 들어 4득점(성공률 37.5%)에 그쳤다. 신장이 비교적 크지 않은(194cm) 비예나는 최근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기 중반 플레이에 기복이 생기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한선수는 1세트 후반 블로킹 득점에 성공하며 흐름을 탄 정지석을 적극 활용하며 위기를 관리했다. 정지석의 공격 점유율은 1세트 16.67%에 그쳤지만 2세트엔 비예나와 같은 33.33%로 올랐다. 세트는 내줬지만 4득점(성공률 50%)하며 팀 공격을 분담했다.

이어진 3·4세트에서도 한선수는 비예나 뿐 아니라 정지석·곽승석 등 레프트진과 김규민 등 센터진까지 골고루 활용하는 현란한 토스워크로 중요했던 우리카드전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 후 세트 순위에서도 우리카드 노재욱(세트당 평균 11.330개)을 제치고 1위(세트당 평균 11.338개)로 올라섰다.

한선수는 경기 후 “맨투맨인지 리딩인지 상대 블로킹이 어느 쪽으로 가는지 판단을 많이한다. 세트마다 (블로킹에서) 똑같이 나오는 팀은 거의 없다. 어떻게 나오는지 (경기 중) 흐름을 보고 토스를 올리는 편”이라고 토스 비결을 밝혔다.

이어 “선수들은 여전히 (경기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사소한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안 되고 들어오는 사람들도 도움이 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팀웍이 더 단단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기원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승부사 기질이 있는 것 같다”고 만족하며 “선수들 컨디션을 한선수가 확인하고 (토스 올릴 방향을) 조정한다. 팀 공격수 운용하는 게 한선수다. 그런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으니 한국의 제 1세터인 것”이라고 믿음을 밝혔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