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준 고향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요.”
강원도 화천군 출신 대학생들의 고향 사랑이 화천지역에 잔잔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주대 1학년에 재학 중인 김장욱(21)씨는 지난달 말쯤 화천 출신 동갑내기 대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화천산천어축제를 도와주자는 글을 올렸다.
그는 “축제장에 얼음이 얼지 않아 개막일이 두 번씩이나 연기된 뒤 힘겹게 개막했지만, 신종 코로나로 인해 축제가 환난을 겪고 있다”며 “이대로는 산천어, 농수산물, 축제 개설 비용 문제 등 금전적인 손해가 극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화천군은 장학금을 지원해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줬고, 축제를 열어 방학 중 일자리까지 만들어 줬다”며 “축제장 아르바이트를 해서 받은 하루 임금, 아니 그보다 적은 금액이라도 농산물 소비에 쓰인다면 분명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농산물 구매 참여를 독려했다.
이 같은 호소에 15명의 학생은 지난 5일 아르바이트를 하고 번 돈과 용돈을 보태 축제장에서 농특산물을 구매했다. 이들의 고향 사랑은 지역 기관·단체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지금은 사회단체, 어린이집, 주둔 군부대, 향토기업, 재춘·재경·재인천 군민회 등 각계각층에서 농산물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군은 올해 축제장에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판매하기 위해 건나물, 한과, 사과즙 등 12억원 상당의 청정·무공해 농산물을 준비했으나 지금까지 1억원가량을 판매하는 데 그쳤다. 매년 1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화천산천어축제는 축제 기간 10억원 이상의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두 번이나 축제가 연기된 데 이어 개막 후에도 얼음낚시가 중단되고 신종 코로나 확산 공포까지 겹쳐 화천을 찾는 관광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문순 군수는 “날씨 등 여러 가지 어려움에 화천산천어축제가 잃은 것이 많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더 소중한 것을 얻은 것 같아 마음이 넉넉해졌다”며 “한 번 더 힘을 내서 축제를 잘 이끌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화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