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이 2020 아카데미 감독상을 차지했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서 최고 감독에 이름을 올리며 아시아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순간이다.
봉 감독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객석에 앉아 있던 봉 감독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고 이내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무대에 올랐다.
영화인들의 환호를 받으며 무대에 오른 봉 감독은 “조금 전에 국제영화상을 수상하고 오늘은 할 일이 끝났구나 생각하고 있었다”는 말로 좌중을 폭소케했다. 이어 함께 후보에 오른 감독들과 영광을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어렸을 때 가슴에 새겼던 말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이라며 “그 말을 하셨던 분이 마틴 스콜세지다. 학교에서 이 분 영화를 보며 공부했던 사람인데 같이 후보에 오른 것 만으로도 영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상을 받게 될 줄을…”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이 과정에서 객석에 앉아 있던 모든 영화인들이 기립해 박수를 치는 진풍경이 등장했다.
또 평소 봉 감독이 사랑하는 감독으로 잘 알려진 쿠엔틴 타란티노를 가리키며 “‘기생충’을 미국 관객들이 잘 모를 때 우리 영화를 항상 리스트에 꼽고 좋아해줬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함께 후보에 오른 감독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스카가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나누고 싶은 심정”이라는 유쾌한 농담을 던졌다.
‘기생충’은 이번 시상식에서 작품·감독·각본·편집·미술·국제영화상(외국어영화상) 등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편집·미술상 수상은 실패했으나 작품·각본·국제영화·감독상의 영예를 안아 4관왕에 올랐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