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은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트로피를 거머쥐기 전에도 한국영화로는 전인미답의 성과를 거둔 작품이었다. 기생충은 그동안 해외에서 열린 57개 시상식에서 120개 넘는 상을 받았다. 이를 통해 2019년 세계 극장가에 내걸린 영화 가운데 일급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기생충의 해외 영화제 수상 레이스는 시작부터 화려했다. 기생충은 지난해 5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영화제인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전까지 한국영화는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 심사위원상 감독상 등 여타 본상 수상에서는 성공했지만 황금종려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칸영화제를 시작으로 기생충의 수상 소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기생충이 세계 영화 산업의 주류 시장인 할리우드의 높은 벽까지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부터다. 당시 기생충은 111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미비평가협회(NBR)에서 수여하는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해 5월 미국 뉴욕타임스는 “기생충이 오스카에서 감독상이나 각본상 후보에 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견했는데 이 역시 현실이 됐다. 기생충은 지난달 5일(현지시간) 오스카 전초전으로 통하는 미국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쥐었고 일주일 뒤인 13일에는 오스카 6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1년 전만 하더라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성과였다.
상업적으로도 기생충은 크게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1000만 관객을 동원했고, 북미에서는 3300만 달러(약 39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동안 미국에서 개봉한 역대 외국어 영화 가운데 6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