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은 충무로에 있다”… 오스카 ‘각본상’ 한진원은 누구?

입력 2020-02-10 11:20 수정 2020-02-10 18:17
한진원 작가. AP뉴시스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각본상 수상자로 호명된 사람은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만이 아니었다. 봉 감독과 함께 영화의 공동 각본을 맡은 한진원(사진) 작가가 각본상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한 작가는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듯이 한국에는 충무로가 있다”며 “저의 심장인 충무로의 모든 필름메이커, 스토리텔러와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감 말미에는 “땡큐 아카데미”라고 외치기도 했다.

한 작가는 용인대 영화영상학과 출신이다. 2012년 임순례 감독의 ‘남쪽으로 튀어’의 소품팀에서 활동했고 배우 구혜선의 연출작 ‘다우더’, 재난영화 ‘판도라’, 코미디 영화 ‘헬머니’ 연출팀에서 일했다. 그가 봉 감독과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건 봉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옥자’의 연출팀에 합류하면서였다. 봉 감독은 과거 인터뷰에서 한 작가와 기생충 각본 작업을 할 때의 일화를 소개한 바 있다. 봉 감독은 “(한 작가가 극 중 인물들 직업인) 운전기사들, 가사도우미들을 직접 만나고 취재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생충에 등장하는 “38선 아래로는 골목까지 훤합니다” “이것은 일종의 ‘동행’이다” “실전은 기세야” 같은 명대사는 한 작가가 직접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작가는 세계적인 패러디 열풍을 낳은 기생충 속 노래 ‘제시카 송’ 작사에도 힘을 보탰다. 그는 연예정보 프로그램 ‘본격연예 한밤’(SBS)에서 “봉 감독님이 (제시카송을) 이미 시나리오에 명시해놓았다. 그 뒤 가사들을 2,3절까지 적어보라 했다”고 말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고 환호하고 있는 봉준호(왼쪽) 감독과 한진원 작가. AP뉴시스


시상식 전부터 두 사람의 각본상 수상은 얼마간 예견된 일이었다. 그동안 영화계 안팎에서는 기생충의 수상이 가장 유력한 부문으로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과 각본상을 꼽곤 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작가조합(WGA)이 수여하는 각본상을 수상했고, 지난 2일 열린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각본상을 받았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