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한진원 작가가 제92회 2020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계 최초이자, 외국어 영화로는 17년 만에 나온 수상이다.
봉준호 감독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2020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함께 후보로 오른 ‘나이브스 아웃’(라이언 존슨) ‘결혼이야기’(노아 바움백) ‘1917’(샘 멘데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을 제쳤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수상자로 호명된 건 101년 역사상 처음이다. 아시아계 작가가 각본상을 탄 것도 92년 역사상 최초다.
무대에 오른 봉 감독은 “시나리오를 쓴다는 건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라며 “국가를 대표해서 쓰는 건 아닌데, 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 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제나 많은 영감을 주는 아내와 대사를 멋지게 화면에 옮겨 준 배우들에게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진원 작가도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듯이 한국에는 충무로가 있다”며 “제 심장인 충무로의 모든 필름메이커와 스토리텔러와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앞서 ‘기생충’은 빈부격차와 계급갈등 같은 보편적인 주제를 색다른 방식으로 다뤘다는 평가를 받으며 미국 작가조합과 영국 아카데미에서도 각본상을 받았다.
이번 시상식은 이날 오전 9시50분부터 TV조선에서 단독 생중계되고 있다. 현장에는 봉 감독을 비롯한 ‘기생충’ 배우진 모두가 참석했다. 배우 송강호, 조여정, 이선균, 이정은, 박소담, 최우식, 장혜진, 박명훈 등이다.
‘기생충’은 각본상을 제외하고도 작품·감독·편집·미술·국제영화상(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