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라이벌’ 샌더스·부티지지, 오차범위 내 접전

입력 2020-02-10 10:00
민주당 두 번째 경선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11일 실시
샌더스·부티지지, 여론조사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혼전
바이든, 뉴햄프셔서도 4위 고전…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부상 가능성
美인터넷 언론 “공화당 지지자들 민주당 경선에 나와 샌더스 찍을 것”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9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하노버에서 열린 선거유세에 참석해 손녀인 테스 드리스콜의 머리에 입을 맞추고 있다. 왼쪽 서 있는 여성은 샌더스 상원의원의 부인 제인 샌더스. AP뉴시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의 초반 구도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간의 ‘신(新) 양강’ 체제로 흘러가고 있다.

민주당은 11일(현지시간) 대선 후보 경선의 두 번째 경선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실시한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도 샌더스 상원의원과 부티지지 전 시장이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민주당원은 물론 민주당원이 아닌 유권자도 한 표를 던질 수 있는 절충형 제도다. 이에 따라 미국의 일부 온라인 매체들은 공화당 지지자들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 참여해 급진주의자·좌파 이미지가 있어 대선 본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하기 수월한 샌더스 상원의원에게 밀어줄 것이라는 주장을 유포하고 있다.

민주당 경선이 실시되기 전 여론조사 1위를 달리며 대세론을 즐겼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추락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4위에 그친 데 이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도 3∼4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도 기를 펴지 못하고 추락할 경우 3월 3일 ‘슈퍼 화요일’ 경선부터 참여하는 중도 성향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9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의 나슈아에서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다. AP뉴시스

부티지지 전 시장과 샌더스 상원의원은 민주당 경선 개막전이었던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도 초박빙 대결을 벌였다. 부티지지가 26.2%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고, 26.1%를 얻은 샌더스가 0.1% 포인트라는 간발의 차로 2위를 기록했다.

이 추세는 2차전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스턴글로브·서폭대학·WBZ-TV가 지난 7∼8일 뉴햄프셔주에 거주하는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샌더스가 24%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부티지지가 22%로 그 뒤를 바짝 쫓았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샌더스와 부티지지의 격차가 이 여론조사의 오차범위인 ±4.4% 안에 있어 두 후보는 통계적으로 동률을 이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13%로 3위를 지켰고, 바이든은 10%로 4위에 그쳤다.

부티지지가 상승세를 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보스턴글로브·서폭대학·WBZ-TV가 지난 3∼4일 실시한 같은 여론조사에서 샌더스는 24%, 부티지지는 15%였다. 불과 나흘 사이에 샌더스는 제자리인데, 부티지지의 지지율은 15%에서 7% 포인트가 급상승한 것이다.

다른 여론조사들도 똑같은 경향을 보였다. CBS방송과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 5∼8일 뉴햄프셔주의 성인 12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에서 샌더스가 29%의 지지율로 부티지지(25%)를 눌렀다. 하지만 이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도 ±4.4%였다. 샌더스와 부티지지의 격차는 오차범위 안에 있어 실제로 누가 우세한지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NBC방송과 여론조사기관 마리스트가 지난 4∼6일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샌더스(23%)가 부티지지(20%)에 3% 포인트 앞섰지만 이 격차 또한 오차범위인 ±4.7% 내에 있었다. 사실상 공동선두라는 의미다.

바이든은 조사기관에 따라 10∼14%의 지지를 뉴햄프셔주에서 얻었다. CBS·유고브의 공동 여론조사를 보면 샌더스와는 17% 포인트 차, 부티지지와는 13% 포인트 차로 각각 뒤져있다. 따라잡기에는 쉽지 않은 수치다. 바이든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도 참패할 경우 기사회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 틈을 블룸버그 전 시장이 치고 들어올 것이라는 분석은 그래서 나온다.

뉴햄프셔 혈투를 앞둔 민주당 주자들은 말씨름을 이어갔다. 부티지지는 9일 CNN에 출연해 바이든이 “부티지지는 버락 오바마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데 대해 “그가 맞다. 나는 (오바마가) 아니다”면서 “그도 (오바마가)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부티지지는 자신이 대기업의 후원을 받는다고 공격한 샌더스를 향해선 “버니는 꽤 부유하다”며 “그로부터 기꺼이 기부를 받겠다”고 여유를 부렸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